김도형 소프트맥스 온라인사업부장
 얼마 전, 개발자 관련 면접에서 있었던 일이다. 필자가 한 면접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당신이 디렉터라면, 가장 만들고 싶은 게임이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당사자는 상기된 얼굴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했다. 그는 최신 3D엔진을 사용한 역동감 있고 화려한 그래픽에 섬세한 인공지능 기술을 가미한 리얼한 온라인 축구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가 그에게 원했던 답은 좀 더 다른 곳에 있었다.
 기술을 거론하기 이전에 그 작품이 지니는 좀 더 근원적인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 게임의 시발점은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근본이다. 언제부터 그래픽·프로그램·서버 등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주는 기술들이 그 근원 위에 올라서기 시작한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게임 업계 종사자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들을 기술과 시스템만 있을 뿐 창조적인 발상이 사라진 메마른 제작자들이라 부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게임은 창조적인 콘텐츠다. 그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들 역시 언제까지고 크리에이터이어야지 결코 엔지니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획자이건 프로그래머이건 마찬가지다. 좀 더 다르게 표현하고자 하는 창조적 열망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을 크리에이터라 지칭하지 않는가.
 지금 업계는 방만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나도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온라인게임의 선진국이자, 최고의 기술과 노우하우를 지닌 나라라고 자부하곤 한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의 게임 선진국들과 대자본·인력 공세를 무기로 한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지닌 기술적 우위가 과연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 의심스럽다.
  독특한 아이디어 게임 하나가 모든 첨단 기술로 도배한 게임을 누르고 성공하는 것이 이 시장이다. 창조적 사고가 기술력이라는 펜과 종이를 다시 만날 때, 우리는 반드시 제 3의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다.
 ariose@softma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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