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태동한 지 10여년에 불과한 온라인게임업계에 뜻 깊은 경사가 났다. 엔씨소프트·넥슨·NHN·CJ인터넷·네오위즈게임즈 등 이른바 5대 메이저의 지난해 매출 총액이 1조 원을 넘어선 것. 이는 지난 2000년 온라인 게임업계 전체 매출이 400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7년 만에 메이저 5개사만으로 무려 30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기적이라고 부를 만 하다.  
 
 본지가 집계한 이들 업체의 지난 해 매출은 총 1조1679억 원으로, 이는 2006년 9508억 원에 비해 약 23% 증가했다. 지난해는 ‘신작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놀라운 실적이다. 여기에 올해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설 경우 이들 5개사만으로도 1조 5000억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이저 5개사의 매출 1조 원 돌파는 온라인게임산업이 지닌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단순 비교는 무리겠지만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상영된 국내 영화 매출은 2834억 원에 불과했으며, 전체 영화 편수는 231편에 달했다(영화진흥위원회 2007 영화산업통계).
 
 반면 게임 5대 메이저가 서비스하고 있는 작품은 대략 100여 편에 불과하며 이중에서도 ‘리니지’, ‘리니지2’,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등 10여 개에 작품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전체 산업 규모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2007년 영화산업 전체 매출은 약 3조 5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반면, 게임산업은 2.5배에 가까운 8조 30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산업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을 다시한번 증명해 주고 있다.
 
 # 1조의 산업적 의미
 메이저 5개사의 매출이 1조를 돌파한 것은 게임산업이 IT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07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 게임, 출판, 만화, 음악, 영화, 방송, 광고 등 문화산업 매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12.9 %로 출판, 방송, 광고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산업의 경우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년 10%대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산업이 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할 경우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매출 수준이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해 CJ투자증권이 조사한 2006년 상장기업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총 매출액 27조 3837억 원을 기록, 매출 총이익률은 19%이고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넥슨은 총 2382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매출 총이익률은 무려 84%,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35%에 이른다. 엔씨소프트 역시 2006년 3387억 원의 매출을 기록, 매출 총이익률은 76%이고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4%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총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메이저 5개사의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시니 활약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록한 매출 891억 원 중 전체 41%에 이르는 333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일본, 북미등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해외 매출액이 약 55%로 내수를 앞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미에 진출해 공개서비스 중인 ‘카트라이더’가 상용화되면 해외 매출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CJ인터넷도 ‘마구마구’의 성공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대만 시장에 액션 대전 장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동남아 및 신흥시장 공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점차 해외 매출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 올해는 1조5000억 넘을듯
 지난해 메이저 5개사 기록한 1조 1679억 원을 업체별로 살펴보면 엔씨소프트가 2006에 비해 소폭 감소한 3300억 원, 넥슨은 500억 정도 증가한 3050억 원(추정)을 기록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2006년과 비슷한 1282억 원(추정)의 매출을 올렸다. 투 톱이라 할 수 있는 엔씨와 넥슨의 매출이 감소하거나 소폭 상승한 데 반해 CJ인터넷과 NHN은 두배 가까운 매출 증가를 나타냈다. NHN은 2006년 1287억에서 지난해 2429억 원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CJ인터넷 역시 2006년 첫 1000억 원대 돌파에 이어 1598억 원을 기록했다.
 
 메이저 5개사의 매출 총합이 1조 원을 넘어섬에 따라 이들 업체의 매출합계가 1조 5000억원을 돌파하는 날도 머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각 업체별로 발표한 2008년 경영목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3800억 원, NHN이 3000억 원(추정), 넥슨이 3500억 원(추정), 네오위즈게임즈가 1600억 원, CJ인터넷이 1900억 원 등  1조 3800억 원에 달할한다. 여기에 ‘아이온’, ‘반지의제왕온라인’, ‘카스온라인’ 등 신규작품들이 론칭되고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당초 기대치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 등의 해외 매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돼 1조 5000억 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을 상반기 내로 오픈베타 테스트와 함께 상용화에 돌입할 예정이며, 넥슨은 ‘카스온라인’의 상용화는 물론, 지난 ‘지스타2007’에서 공개한 신작 대부분을 올해 안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NDS용 ‘메이플스토리’, X박스360용 ‘마비노기’ 등 온라인 뿐 아닌 콘솔 타이틀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돼 수익 다각화는 물론, 매출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CJ인터넷도 ‘드래곤볼온라인’, ‘진삼국무쌍온라인’, ‘프리우스온라인’, 네오위즈게임즈의 ‘피파온라인2’, ‘아바’, ‘배틀필드온라인’, NHN의 ‘반지의제왕온라인’, ‘고고씽’, ‘워해머온라인’ 등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들 작품의 경우 수년간 준비해온 타이틀이라는 것과 해외 대작 게임이라는 점에서 시장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양극화 후유증 우려
 그러나 지나치게 일부 업체에 매출이 편중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이저 5개사가 거둬들인 1조 1679억 원이라는 매출은 전체 온라인게임업계 매출인 1조 9000억 원(추정)의 61%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지난 2006년 온라인게임산업에서 이들 업체가 차지한 매출 비중 53%(2006년 온라인게임산업 규모 1조 7768억 원, 메이저 5개사 매출 합계 9508억 원)보다 더욱 늘어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개발과 서비스가 분리된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메이저 5개사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경우, 개발사가 퍼블리셔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독창적인 작품보다는 시장논리에 따르는 작품이 양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른바 양극화·획일화가 전체 온라인게임시장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지난해 이들 5대 메이저 업체가 공격적으로 선보인 FPS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독창적인 게임보다는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에 대한 서비스에 더욱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유저들로부터 외면당해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밖에 자본의 대부분이 메이저업체에 쏠릴 경우 중소개발사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반면 전문가들은 EA·블리자드 등 1개 업체가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게임사들의 규모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5대 메이저 매출 합계 1조원이 아니라 1개업체 매출 1조원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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