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남 한국게임산업진흥원장
 
 국내 게임산업은 크게 성장해 지난 2006년에만 7조5000억원에 이르렀으며 그 선봉에 서 있는 온라인게임시장 규모는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게임문화가 성숙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난 해 한국게임산업진흥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녀의 게임이용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은 49%가 긍정적인 반면, 34%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게임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기능에 대한 객관적 분석 부족으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외국에서는 게임의 순기능 및 사회적·교육적 활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반면, 국내에서는 역기능 예방 문제에만 치중해 있다. MIT 및 스탠퍼드 대학과 IBM은 온라인게임은 본질적으로 분산적이면서도 협력적이며, 또한 가상적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경력을 쌓는 비결이 될 수 있으며,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은 실제로 협력, 자기조직화, 리스크 감수, 개방성,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기술을 연마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도시건설 게임 ‘심시티’는 미국 10만 곳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IBM의 학습전략가 토니 오드리스콜은 “게임은 군중에 불과했던 사람을 리더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게임의 긍정적인 기능을 좀더 알리고 나아가 게임을 디지털 생활문화로의 가치 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것을 게임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민간 주도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한 게임문화재단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정부주도의 게임문화 조성사업이 대국민 인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면, 게임문화재단에서는 사회적 책임성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통해 건강한 게임문화 인식 제고,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 이용문화 정착, 새로운 여가문화 조성, 첨단 디지털 게임문화 나눔, 소외계층을 위한 게임문화 나눔 운동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새로운 도전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기업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지난 해 12월 23일 발기인 모임을 갖고 30억원 규모의 초기 자금을 조성·운영할 방침인 게임문화재단에는 이미 국내 유력 게임협·단체, 게임업체, 대기업 등 10여곳이 동참할 의지를 밝혔다.
 
  이를 통해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왜곡된 게임 산업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기업의 사회 환원을 통해 건강한 여가문화를 국민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기업은 사회, 경제, 정치 등 외부환경으로부터 부단히 압력이나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외부환경과 기업의 이해를 적절히 조절해가며 생존·발전해 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사회가 바라는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피트 드러커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또 다른 사업영역의 개척”이며 그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게임문화조성 사업이 게임기업은 물론 사회 제영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범사회적인 문화운동으로 확산 되어 국민들에게는 건강한 여가 문화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기업은 자부심과 사회적 경영여건 개선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kchoi@kog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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