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나라가 MMORPG의 최강국이 된 것이 오히려 불행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MMORPG의 최강국으로 군림하게 된 것은 일정부분 저작권에 대한 권리인식의 미흡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게임들이 불법복제로 수지타산을 맞추기에 급급하고 있을 때 MMORPG 만은 불법복제와 관계없이 PC방을 통한 확실한 과금체계를 바탕으로 해서 나홀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자 게임개발업체는 너도나도 MMORPG의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고, 이는 국내시장에서의 과당경쟁을 낳게 되었다. 결국,국내에서의 과도한 MMORPG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이웃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신규 시장개척이란 결과로 이어지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MMORPG분야에서 최강국으로 군림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MMORPG의 최강국이 된 것은 여러 게임분야에서 MMORPG분야를 선택하고 집중, 육성하는 등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에 의하여 빚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외적인 환경에서 하다보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MMORPG는 다른 일반의 게임들과는 매우 다른 속성을 지녔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른 캐주얼 게임과는 달리 MMORPG 는 그 게임이용이 매우 배타적, 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캐주얼 게임의 경우 여러 다양한 게임을 동시다발적으로 즐기는 멀티 유저가 많이 존재할 수 있으나, MMORPG의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친 캐릭육성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까닭에 동시에 여러 MMORPG를 즐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어느 한 MMORPG 유저는 오로지 그 MMORPG만을 배타적으로 즐기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같은 회사의 제품인 ‘리니지1’과 ‘리니지2’의 경우에도 그 유저가 뚜렷하게 구별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와 같이 게임이용이 배타적, 전속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새로운 MMORPG가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렵게 되고 또한 간혹 새로운 MMORPG가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시장의 저변을 확산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다른 MMORPG의 유저들을 빼앗아 오는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경쟁이 이루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시장이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달한 지금에는 새로운 MMORPG의 출시는 그야말로 기업의 사활을 건 투쟁이 되고 말았다. 대규모 개발비가 투입되고, 엄청난 광고전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승자는 소수에 불과할 뿐이고 대부분은 모두 패자의 길로 접어들게 든다. 심지어 동일 기업의 기존 제품이 승자의 자리를 고수하는 바람에 신규 개발된 MMORPG가 패자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굳이 MMORPG분야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경쟁이 있기 마련이고,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MMORPG분야에서는 MMORPG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그 경쟁의 논리가 더욱 더 가혹하게 적용되어 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 현상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당경쟁이라는 가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승자가 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그리고 MMORPG와 같은 과금체계가 아닌 다른 방식 가령 CD 타이틀 판매 방식의 게임으로는 불법복제로 인해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우리 국내의 현실적 이유로 인하여 아직도 국내의 게임개발은 MMORPG분야 로만 편중되고 있다.
 
 이제 MMORPG의 최강국이란 허명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국내의 게임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게임분야의 활성화 방안이 시급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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