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게임개발자라면 누구나 주문처럼 외우게 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재미’를 막연히 ‘웃을 수 있는’, ‘보면 감탄할 수 있는’ 등의 단순한 의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에서의 ‘재미’, 과연 무엇일까?
 
  최근 발표된 ‘재미’에 관한 담론에서 심리학자들은  이를 ‘상황적 재미’와 ‘개인적 재미’로 정의했다. ‘상황적 재미’는 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탄성 짓는 것처럼 감각적이며 단기적이다. 반면에 ‘공부가 재밌어요’라고 말하는 모범생 친구처럼 본인이 지닌 지식, 경험, 배경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적 활동은 ‘개인적 재미’라 부르며 이것은 문맥적, 경험적, 장기적이다.
 
  게임 유저의 성향 역시 이와 같다. 보고 느껴지는 흥미를 충족한 유저들은 이를 넘어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연결하여 얻을 수 있는 의미를 원하게 된다. 서비스 초반 유저는 화려한 타격감과 효과를 지닌 게임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게임 내 길드원들과의 친목, 우정, 단결 등의 길드라는 콘텐츠가 지닌 가치가 게임의 재미를 유지시키는 요소로 바뀌게 된다.
 
  이를 비춰보면 게임에서의 재미는 단기적인 의식이 아닌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곧잘 이 두 가지의 우선순위를 혼동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이는 게임 내 즐길거리들이 유저들의 수준이나 니즈(Needs)를 고려해 기획되기보다는 단기적 재미나 마케팅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장기적인 콘텐츠의 부재는 최근 한국 온라인 게임을 논할 때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런 다분히 개인적인 ‘재미’를 기획하고 의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이나 유행이 재미를 앞서지는 않는다.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로 유저들을 모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게임을 개발하고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준 전문가 수준에 올라선 유저들의 눈높이를 파악하고, 준비한 콘텐츠를 그들의 지식과 가치에 연결하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개발자가 준비하고 유저가 즐기고 재생산해 내는 ‘재미’는 게임을 한층 풍요롭게 하는 원천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승현 엔플레버 사장, CEO@nflav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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