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계는 마치 90년대 초 기존 음악 트렌드를 송두리째 뒤바꾼 너바나가 등장하던 미국 음악계와 비슷하다. 너바나가 등장하기 전, 록 음악은 화려함과 무의미한 연주력 경쟁으로 대중들의 귀에 쉽게 다가갈 사운드들이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록 음악은 결국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너바나는 이를 정면으로 깨부수며 화려하긴 커녕 거친 사운드와 단순한 연주, 명료한 멜로디로 당시 세대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원래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원하던 본질적 대안이었다. 이 대안, 즉 얼터너티브는 80년대 말 기교만 난무했던 록 음악계를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고 다시 70년대의 연장선상으로 리셋시키고 말았다. 그것은 퇴보가 아닌 일보 후퇴에 이보 전진이었다.
 
  사실 이런 문화 현상은 오래 전 역사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하나의 패턴이 주류가 되면 그 패턴은 점차 진화하고 복잡해지며, 그것의 복잡함을 견디지 못한 대중의 열망에 따라 다시 단순했던 과거로 돌아간다.’ 이것이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논리다.
 
  더 복잡하고 화려하다 못해 어려워지는 최근 게임들. 어르신들이 인터넷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게임을 파고들지 않는 일반 사람들에게 게임의 진입장벽은 높게만 느껴진다. 이제 게임은 소수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느낄 찰나, 폭풍처럼 불어 닥친 ‘쉬운 게임’은 게임도 역시 음악과 영화, 패션처럼 어차피 돌고 도는 유행 문화 라는 것을 방증한다.
 
  다행인 것은 이로 말미암아 게임이 대중문화로 전면에 나서게 된 점이다. 즉,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을 함께 영화를 보는 일과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 기회를 개발자들은 잘 잡아야 한다. 게임계의 장벽을 낮출 때 공간도 넓혀 게임이 마니아의 전유물이 되기 보다는 대중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록 음악이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에게로 나아갔던 경우와 같은 맥락이다.
 
 <류기덕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개발1본부장, dathmaul@wem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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