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의사 곽 모씨는 지난 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엔젤레스시 한 쪽에 치과의사 간판을 걸고 마음이 설다. 그러나 개업한 지 한주일이 다 가도록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한 미국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얼굴이 빨개질 수밖에 없었다. 영어간판이 문제였다. 그가 내건 ‘Dr. KWACK's Dental Clinic’의 ‘KWACK’(곽)은 미국속어로 ‘돌팔이’라는 뜻이었다.
 
 현대자동차의 베스트 카 중 하나인 ‘소나타’도 출고 초기에는 회사의 속을 타게 했다. 기악곡의 하나를 말하는 음악용어인데도 ‘소나 타지 어떻게 사람이 타는 차냐?’라는 상대회사의 악선전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최근 한국을 네 번째 방문한 아프리카 가봉공화국의 ‘오마르 봉고’대통령은 기아자동차의 대히트작 ‘봉고’ 승합차의 이름이 탄생토록 한 주인공이다. 지난 75년 7월 박정희대통령의 초청으로 처음 방한한 봉고대통령은 경기도 소하리 기아자동차를 방문했다. 기아는 봉고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차 이름을 ‘봉고’로 결정했다. 이 차는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어렵던 기아를 살리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름은 이처럼 상품판매에 있어 때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매일 우리 게임시장에 쏟아져나오는 게임물들의 이름은 적잖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뜻을 알기 어렵거나 국적불명인 게임물들이 너무 많다.  'Flatout Ultimate Carnage'(스튜디오나인사의 레이싱게임) 나 ‘Manic Panic Ghost(캡콥엔터테인먼트사의 캐주얼게임) 등의 뜻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Real Bout Fatal Fury Special’(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사의 격투게임) 의 경우 게임이름 발음조차 자신 없다. ‘펌프잇업 제로포터블’(스튜디오나인사의 아케이드 게임)이나 ‘Fatal Fury Wild Ambition’(소니컴퓨터의 액션게임) 등도 솔직히 무슨 뜻인지 이름을 헤아리기 어렵다. 이런 게임물들을 심의할 때면 1차 심의를 맡는 전문위원들에게 문의해 보지만 명료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외래어 혹은 외국어 남용이 지나치다. 우리 사전에도 없는 수도쿠(數讀)등 일본어를 그대로 쓰는 게임이 적지 않고, 아예 게임이름을 길고 긴 영어로 붙이는 경우도 흔하다. 아무리 게임세대가 영어에 친숙하다고 해도 이는 게임개발업체나 공급업체들이 너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셋째, 비속어와 선정적인 단어의 사용은 물론이고 우리 말꼴에 맞지 않는 이름도 지나치게 많아 게임인들의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홀딱벗은 섹스게임’(네오엠씨사의 퀴즈게임)이라는 게임명까지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넘친다는 생각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9개월 전 출범한 이후 비록 한계가 있는 노력이지만 게임용어를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팀을 만들어 나름대로 연구를 하는가 하면, 게임계 전체의 관심과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사외보에 ‘우리말 게임용어’란을 만들고, 직원들의 응모를 받아 표창하기도 한다.
 
 우리 게임업계도 이제 좋은 게임이름을 만들어내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본다. ‘디기디기’ ‘앙꼬앙꼬’ ‘다이어트 하마’ ‘클레오파트라의 보석’ ‘라스트 싸울아비’ 등 우리말을 가꾸려는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름들이 점차 늘어나는 등 그동안에도 업계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인터넷에서 우리말을 비틀고 해치는  현상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만큼 미래로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게임업계에서는 오히려 우리말, 우리 얼을 더 소중히 대하는 노력이 엿보였으면 한다.
 <keyman@gr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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