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겪은 두 가지 에피소드는 게임과 관련한 환경의 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개해보고 싶다. 며칠 전 우연히 텔레비전 광고를 듣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거, 엄마 몰래 게임하는 거, 그리고…”라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라면 광고였다. 엄마 몰래 게임하는 것과, 남 몰래 라면 끓여먹는 것이 내가 대표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뜩이나 게임에 대한 부모들의 염려가 적지 않은데 광고에서마저 이렇게 부모 몰래 게임을 하도록 장려(?)하고, 그럼으로써 게임하는 자녀와 부모 사이를 갈라놓아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에 해당 회사에 항의하고 광고 문안을 고쳐줄 것을 요청했다.
 
 ‘게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간극, 게임산업이 힘을 모아 헤쳐나가야 할 험난한 환경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라면광고는 그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생생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게임학 관련 저명 교수님들 몇 분을 모시고 오찬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이런저런 화제들이 오가던 중 한 분이 멈칫멈칫 하더니 “내가 직접 겪은 일을 얘기하겠다. 전혀 상상치 못했던 참혹한 경험이어서 참고가 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중학생인 둘째 아들이 지난해 척추만곡증 진단을 받아 여러 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는데도 결국 완치가 어려워 척추장애를 달고 살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그 교수는 “명색이 게임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아들이 게임에 과몰입되어 척추가 그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가슴 아팠다”며 “우리사회가 게임 과몰입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게임 과몰입 문제에 관한 논의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없었던 문제도, 전혀 새로운 문제도 아니지만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룬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거나 중요한 사회이슈화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 관한 전 세계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킨 것은 지난 5월 빌 게이츠의 언급이었다. 중학생 딸에게 게임을 하루 한 시간 이내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IT시대의 제왕 빌 게이츠마저 자녀의 게임 때문에 고민이구나”라는 동병상련의 심정이 빠르게 퍼지면서 이 언급은 게임 과몰입문제를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최근 외국에서의 논의 전개를 보면, 이제 우리도 가정이나 사회를 막론하고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그 폐해를 줄이는 데 노력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사협회는 지난달 말 연차총회에서 비디오게임 중독을 ‘정신병’으로 지정하기 위해 미국정신과협회 및 다른 전문가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어린이들이 비디오와 인터넷게임 지나치게 몰입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디오게임 등급체계를 재검토해 줄 것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유력 일간지가 현재 게임 과몰입에 관한 대규모 연재물을 게재하고 있는 등, 국내 언론들도 최근 들어 이 문제에 관한 관심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우려는 아우성 수준이다.
 
 차제에 우리 게임업계, 정책당국, 관련 기관,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의학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론의 광장을 만들어 게임 과몰입 혹은 중독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을 제안한다. 특히 이 문제에 관한 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도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에 관한 업계의 결단과 참여가 보다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업계에 큰 상처와 부담을 주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메랑의 화살이라면 미리 대비해 피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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