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투자되는 최근의 영화 시장을 보면 투자 단계에서부터 여러 명의 전문가가 붙어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과연 이 영화가 재미가 있을지, 즉 흥행에 성공할 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저런 영화에 왜 수백억이나 돈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재미없는 영화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게임에서 이러한 재미없는, 아니 재미가 빠진 콘텐츠가 나오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재미는 소재나 아이디어가 아닌 연출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전달할 때 아무도 웃지 않았다면 바로 연출의 실패이다.
 
 게임에서도 종종 이러한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기획하고 만든 콘텐츠가 두어 달 지나 막상 나왔을 때 애당초 생각과는 달리 별로 재미 없는 경우가 생긴다. 왜일까?
 
 ‘사람들은 아이템에 재미를 느낀다. 그러므로 지루하지 않게 자주 아이템을 떨어뜨리자’라는 기획안이 나왔다고 가정하자. 위의 기획안이 통과되어 제작팀은 무조건 5분에 하나씩 아이템을 떨구도록 게임을 설계했다고 치자. 과연 재미있을까? 정답은 ‘재미없다’이다. 아니 오히려 아무 이유 없이 5분마다 떨어지는 아이템이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작업지시 전달 과정에서  ‘5분에 아이템 하나씩 떨어뜨려라’라는 결과만 알려진다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이와 같이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첫째, 조직원 모두를 연출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다. 감성 훈련을 통해 재미에 대한 연출 전문가로 만드는 길이다. 둘째, 감성 품질을 판단하는 감독이 올바른 방법으로 작업 지시를 하고, 또한 이를 반복적으로 조직원들과 검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미에 대한 컨셉트의 반복적인 검증 작업이 실작업자와 감독 사이에 더욱 많이 이뤄져야 하고, 이러한 반복 과정은 팀 전체가 하나의 연출력 강한 팀으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결국 재미의 완성을 위한 조직 내 전사적인 이해와 이를 지켜내려는 한명 한명의 장인 정신이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를 창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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