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정보침해와 주민번호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주민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을 도입하도록 했지만 상위 30위권 내 포털이나 쇼핑몰, 온라인게임 사이트 중 이를 활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책 달성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4일 본지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협조를 받아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아이핀을 개인인증 수단으로 도입한 곳은 총 31개 기관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보통신부 등 국가기관이 사용하는 사이트 18곳이고 사설 사이트는 13개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네이버나 싸이월드·다음 등 주요 포털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 사이트 등 네티즌이 자주 찾는 사이트는 아이핀을 도입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도입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정보침해를 줄이기 위한 아이핀을 의무사항이 아닌 업계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돼 있어 대형 포털이 새로 구축 비용을 들여가며 아이핀으로 인증 수단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터넷 기업은 아이핀을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회원 가입 절차가 복잡해져 회원 이탈 현상이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핀의 한 방법인 ‘가상주민번호’를 발급받아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가입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린다.
 
 이들 업체는 나아가 아이핀 기술에 대한 기술 검증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사용을 꺼리고 있다. 아이핀 도입 대신 개인정보보호 강화 대안을 내세우며 기존 인증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NHN과 다음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내부자에 의한 고객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경호 NHN 최고정보보호책임자는 “아이핀 도입과 관련해 정통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내 개인정보보호 강화 정책 등으로 우선 고객 정보를 보호한 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측은 “개인정보침해와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상황에서 업체가 자율적으로 아이핀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좀 더 많은 사이트가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도입을 장려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설명-아이핀이란
 
 아이핀(i-PIN)은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유출과 오·남용 방지를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버 신원 확인번호다. 주민등록번호와는 달리 생년월일, 성별 등의 정보를 갖지 않으며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다. 아이핀은 한국신용평가정보·한국신용정보·서울신용평가정보·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 등 5곳이 가상주민번호·개인ID인증·그린버튼 등의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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