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500억원.’
 
 일본 닌텐도가 지난 1월 18일 한국시장에 시판한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DS 라이트’와 관련 게임타이틀을 팔아 4개월 만에 벌어들인 금액이다. 월 120억원이 넘는 매출 규모도 규모지만, 이전에 조그마한 한국파트너사만 운용해 오면서 별다른 기반 없이 출발한 일본인 직원 일색의 한국법인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다.
 
 사실 닌텐도는 전 세계적으로 특정 기간 매출이나 실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다. 기자도 22일 한국닌텐도 측이 이례적으로 공개한 4개월간의 27만대 기기 판매와 12만장이 넘게 팔린 몇몇 인기 타이틀의 수량을 기초로 매출액을 추산했을 뿐이다.
 
 내용은 이렇다. 대당 가격 15만원인 ‘닌텐도 DS라이트’가 27만대 이상 팔렸다면 기기 판매 매출액만 최소 405억원에 이른다.
 
 또 간판 타이틀인 ‘매일 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이 10만장 이상 팔렸고, ‘듣고 쓰고 친해지는 DS 영어삼매경’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닌텐독스’ 등을 합친 누적 판매량을 40만장으로만 환산하더라도 116억원(타이틀 평균가격 2만9000원 가정)에 이른다.
 
 국적이 일본이든 미국이든 외국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정당한 경쟁과 합법적인 마케팅으로 올린 매출액을 트집잡을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닌텐도가 100% 지분 출자한 한국닌텐도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거둬갈 뿐 한국 게임산업 발전과 시장 재투자에는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진출 초기 닌텐도 스스로 선언했던 “한국 게임 개발사와 광범위한 협력 및 동반 성장 노력”은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또 일부 타이틀은 가정의 달인 이달 들어 단 2주 만에 10만장 이상을 팔았지만 MS나 소니 등을 연상할 때 낯익은 그 흔한 가족 초청 행사나 사은 이벤트도 전무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연간 9조원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는 닌텐도로서는 한국시장이 가소로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재투자와 한국 정서에 밀착하려는 노력 없는 비즈니스가 깊은 공감대를 가질지는 의문이다. 초반 호성적이 자칫 톱 탤런트를 앞세운 광고 효과와 흥미 유발형 마케팅에 기반을 둔 일시적 ‘신기루’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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