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만 게임물등급위원장>
  지난 주 전주에 다녀왔다. 예술과 음식과 교육의 품격있는 도시이지만 첨단 지식산업과는 별 인연이 없어보였던 전주에서 벌써 7회째나 ‘컴퓨터게임 엑스포’가 개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북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한 포럼’에서 축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수용한 것은, 이 참에 지방의 게임산업 현황을 직접 보고, 지방 게임업체들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전국에서도 경제력이 꼴찌에 가까운 전라북도가 지난 2000년 첫 게임엑스포를 개최했으며, 기능성게임에 특화하면서 오는 8월 제8회 게임엑스포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는 데 경외심 가까운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전북 게임업체의 현황을 듣고 나서는 예상했던 대로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전북에 있는 게임업체는 고작 11개. 그것도 한 업체당 연간 매출액은 몇 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전국 최초의 게임고등학교(전북 완주)가 있고, 8개 대학에 게임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아이템 거래 중개 1위업체인 아이템베이 본사가 있는 전북이지만, 업체 현황만으로 볼 때는 게임 불모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김완주 전북지사가 직접 포럼을 진두지휘하며 게임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포럼장소인 도청 대회의실에는 ‘가자 미래로, 뛰자 세계로!’, ‘전북에서 통하면 세계로 통한다’는 표어가 나부꼈지만, 너무 영세한 업체현황을 보니 걱정부터 앞섰다.
 
 게임산업은 여느 산업보다 서울 경기 중심의 중앙집중이 심한 편이다. 지방 중에서 그나마 게임산업을 어느 정도 해내고 있는 곳은 대구를 들 수 있다. 대구지역 디지털콘텐츠 기업의 집적단지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은 지난 해 831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OG, 라온엔터테인먼트 등 업계에 이름이 좀 알려진 업체가 입주해있는 DIP는 개별기업 차원의 노력과 아울러 매우 치밀한 해외마케팅 지원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경우로 보인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의 게임산업 육성의지도 만만치 않다. 부산은 이미 문화콘텐츠콤플렉스 건립계획을 확정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상물등급위원회·게임물등급위원회 등이 이전할 시설물을 해운대구 센텀지구에 마련해놓고 있을 정도이다. 2015년까지 게임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까지 갖고 있는 부산은 이대로 가면 서울과 함께 한국 게임산업의 중심역할을 나누어 맡게 될 전망이다.
 
 경기 부천에 있는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의 경우 22개 업체가 입주해 지난 해 6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해 녹록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진흥원을 지방이라고 규정하기는 좀 무리가 아닌가 싶지만 김병헌 원장은 손사래를 치며 “지방의 핸디캡이 분명하게 있는 지방소재 진흥원이 맞다”고 말한다. 서울이 전철로 닿는 지척임에도,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직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점 정책의 하나가 지방균형발전이고 이는 어느 모로 보나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게임산업에서도 이같은 정책이 잘 구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것 말고 게임산업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고있는 지자체가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창 밖의 전북지역은 산업화가 너무 안돼 있어 공해라고는 거의 없고 그저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전국 3700여개 게임업체 중에서 지방에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지방에,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당장 올 8월 있을 전주 게임엑스포에 서울의 선도적 업체들이 다수 참여하도록 권유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man@gr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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