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하 그래텍 퍼블리싱 사업부장>
  3년 전 게임사업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어떤 분이 내게 “앞으로 어떤 장르의 게임이 뜰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제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혜안도 없습니다. 다만, 저는 총 쏘고 피나오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라고 했더니, “그것은 너무 어지럽고 마니아들만의 어려운 장르 아닌가? 자네는 역시 비주류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시장은 FPS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스페셜포스’, 2006년 ‘서든어택’의 성공은 곧 FPS는 검증된 장르라는 법칙은 만들어냈다.
 
 이것은 ‘리니지’, ‘리니지2’, ‘뮤’로 이어지는 MMORPG 신화 이후에 쏟아진 수 없이 많은 MMORPG가 출시된 것 처럼 10여종의 FPS가 출시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큰 시장, 커져가고 있는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고 리스크를 최소화 하며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장르 편중화 현상을 보면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는 가끔 에뮬레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전게임, 이른바 오락실 게임을 즐겨 한다. 수 백개의 게임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어렸을 적 50원씩 동전 투입구 앞에 줄을 세워놓고 기다리던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오르곤 한다.
 
 그러나 그런 추억과 향수만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있다. ‘던전앤파이터’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요즘 이야기 하는 캐주얼 게임의 원형이 모두 그 안에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게임성만큼은 10년이 넘은 게임들 속에도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에디슨에게 전구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아마 시장조사를 했다면, ‘좀 더 밝은 촛불을 만들어 주세요’, ‘호롱불이 바람에 잘 꺼지지 않게 개선해주세요’ 라고 했을 것이다. 창의성이 가장 많이 필요한 게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조사를 해보면 현재 가장 점유율이 높은 게임장르와 게이머들이 현재 하고 있는 게임보다 이러 이러한 것이 개선된 이런 게임을 원한다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과연 이게 정답일까? 소비자가 언제 전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단 말인가? 그런데도 전구를 만든 에디슨과 에디슨 전구회사(현재 GE)가 인류를 빛의 세상으로 바꿔놓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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