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게임빌 사장>
  8비트 컴퓨터로 게임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테이프 레코더로 데이터를 로딩하고 플로피 디스켓에 게임을 저장하기 위해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컴퓨터 가게를 내 집처럼 드나들기도 했다. 당시 새 게임을 손에 들고 집으로 뛰어오는 기분은 개선장군의 그것에 비할 바 아니었다.
 
 이제 세월은 흘러 고사양 PC는 물론 비디오 게임기, 휴대용 게임기 등 각종 신선한 첨단 기기들이 뽐을 내는 시대가 왔다. 과거 저사양의 PC에서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이 최근 출시되는 사실감 넘치는 고퀄리티 작품들을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어떤가. 흑백폰 게임이나 텍스트로 구성된 게임이 전부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컬러폰으로 구현되는 게임이 등장하고, 근래에는 최고 사양 단말기들에서 구동되는 작품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저사양 컴퓨터에서 즐기던 퀄리티는 이미 뛰어 넘은지 오래다.
 
 요즘 모바일게임 산업 성장 곡선이 더디다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사양이 지원되지 않아 게임을 구동할 수 없었던 몇 해 전에 비하면 요즘 모바일 환경은 게임 마니아들에게 그야말로 신명나는 굿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들어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하다보니 게임은 여럿이 함께 즐기는 하나의 집단 놀이문화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용자가 컴퓨터의 인공지능을 상대로 혼자 플레이하던 게임 문화가 주류였던데 반해 지금은 사용자들끼리 함께 참여하고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이 발달된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문화를 즐기는 유저들의 저변이 매우 넓다. 또 최근에는 비디오 게임기나 X박스360의 사용자들도 헤드셋을 착용하고 전세계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정착됐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게임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일례로 최근에 서비스 된 어떤 모바일게임의 경우 사용자가 혼자 플레이를 하고 기록을 세운 후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도발하는 방식을 새롭게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것 뿐 아니다. 사용자들은 스스로 블로그 등을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때 가까운 미래에는 모바일 게임 유저들이 플랫폼의 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왕래하는 분위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큰 울타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특히 네트워크 사용자가 대부분 젊은 층이며 이들은 비용에 민감하다. 특히 유저들이 네트워크 사용료에 관한 정보를 잘 모르고 있는 있는 모바일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무선 네트워크 비용은 그 만큼 업계나 유저들 모두에게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통사에서는 다양하고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를 제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개발업체에서는 네트워크 게임 사업을 강화하고 질좋은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도발 방식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것, 그런 작은 사례가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모바일 게임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즐기는 문화’로 확실하게 자리잡을수 있지 않을까. 
 <bjsong@gamev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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