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은(사이버문화연구소 연구위원)
  21세기는 여성(female),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이 지배하는 3F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육체적 능력보다는 지적 능력이 중시되고 직업상 남녀 차별이 없어져 여성 특유의 감성과 창의성 그리고 지식 및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농업사회를 지탱하던 것은 ‘육체적 힘’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감성적 힘’이다. 감성, 상상력 모두 육체적적인 힘의 기반이었던 남성들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이들은 오히려 여성에 가까운 개념들인 셈이다.
 
 지금의 시대는 그래서 여성이 사회의 중심에 자리잡기 시작하고 여성이 사회의 원동력으로서 그 가치를 발휘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의 반영이기도 하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여성의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달라져있다. 불과 10여년전까지만해도 전형적인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백마탄 왕자’에 대한 가치를 뿜어내던 여성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보다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여성캐릭터들로 변화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만 보자면 게임속 여성캐릭터들의 모습은 기타 미디어들보다는 더욱 당당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다. 가장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는 툼레이더의 ‘라라’는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보다 더욱 도전적이고 모험을 즐기며 남성에게 의존되지 않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남성들에게도 각광을 받는 존재였다.
 
 주도적 캐릭터로서의 변화는 라라뿐만은 아니다. 게임속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과 동등한 전사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대등한 능력치를 가지고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존재로서 등장한다.
 
 그녀들은 에이프런을 두르고, 짧은 미니스커트로 치장된 모습에서 칼과 활, 그리고 총으로 무장된 전사의 모습 그대로다. 적어도 게임내에서의 여성의 모습은 이미 3F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게임은 문화콘텐츠 시대의 핵심 산업이다. 며칠전만해도 국내에서 문화산업의 주도권을 영화로부터 이양받기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기사화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게임산업에서 여성 CEO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여성 인력이 다소 증가하는 추세이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프로게이머의 세계에도 ‘미인’이라 불리는 여성게이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뿐인가? 매년 발표되는 국내외의 통계를 봐도 여성게임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게임 개발 분야에서 여성 인력들은 이미 우리보다 엄청나게 앞서있는 미국과 유럽에서조차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픽디자이너와 시나리오분야에서 여성인력의 비중이 20∼30%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뿐인가? 여성마케팅의 바람도 단지 구색맞추기에 그칠뿐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게임시장에서 여성 마케팅은 ‘틈새’로서 그 가치를 지닐 뿐이다. 여전히 게임은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게임공간인 셈이다.
 
  3F의 시대는 여성을 마케팅이나 소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3F시대에 대한 정의는 여성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 생산력을 지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들이 가진 감성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들을 생산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현한 것이다.
 
  게임산업에서의 여성인력의 가능성은 더욱 빛을 발할 공간들이 남겨져있다. 게임시장에서의 여성소비자의 증가는 ‘여성’의 감성과 수요를 읽어낼 수 있어야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으며 이는 포화상태의 게임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기획에서 콘텐츠 개발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게임”에 대한 생각들이 실천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게임시장에서도 진정한 3F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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