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게임속에는 매우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MMORPG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게임서버’라는 하나의 공간에 함께 접속해 있는 것이다. 사실상 현대게임은 게임이용자들의 ‘자유도’를 높여줌으로서 게임세계를 ‘공간’의 개념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초기의 게임들이 소수의 천재적인 게임개발자들에 의해 ‘완성된 세계’를 구축시켰다면, 현대의 게임은 ‘공간’을 설계한다고 볼 수 있다.
 
   초기 게임들은 캐릭터와 게임시나리오가 모두 완벽하게 짜여진 개발자들에 의해서 주도된 세계였다. 하지만 오늘날엔 현실세계에서 인간이 탄생하고 성장해가듯 캐릭터가 등장하고, 성장하고, 그리고 주어진 공간에서 게임과는 무관한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이 가능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게임이 하나의 공간으로서 인식된다는 것은 게이머들이 ‘쓰여진 게임시니라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게임이용자들에게 전설처럼 회자되는 ‘내복단사건’은 게임은 단지 온라인으로 열려진 인간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현실임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의 세계는 3D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화’보다 현실적인 게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게임 속에서 게임이용자들은 더욱 자유롭고, 더욱 인간답게 존재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이 공간에서 어떤 행위와 관계들이 형성될지 예측 불가능하다. 모든 변수들을 고민해야한다. 게임이용자들이 좋아하리라 예측되는 폭력성, 선정성 등의 요소들로 게임세계를 건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게임의 진화를 바라보면서 다소 걱정스러운 부문들도 없지 않다. 한국을 온라인 게임의 강국이라고들 한다. 사실 다른 게임쟝르에서 선진국의 대열에 미국, 일본, 유럽 등과 비교해서 온라인이라는 ‘게임공간’의 설계에는 우리가 한발 앞서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소위 천재라 불리는 개발자나 기획자들에 선구자적 노력에 의해 우리의 게임은 유지되어왔던 것은 아닐까? 기술적으로 화려하다는 것만으로 게임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은 주지해야할 사실이다. 
 
   프로그래머의 우연한 독창적인 기획으로 빛나던 게임시대는 이미 사라져가고 있다. 게임은 철저한 기획과 조사, 분석을 토대로 철학자, 역사가, 미술가, 프로그래머가 모두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종합 예술이다. 하지만 우리의 게임인력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은 ‘기술교육’에 국한돼 있다.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우수한 실력에도 불구,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패니메이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일본의 힘은 스튜디오 단위의 체계적인 애니메이션 인력양성에 기반하고 있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 콘텐츠의 육성에 있다. 게임산업도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다르지 않다.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을 육성시키는 것은 다양한 영역의 게임 인력을 지원하고, 육성시키는데 있다.
 
   지금의 세대들은 게임세대이다. 10대들의 인터넷 이용의 1차적 이유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다. 2005년 4월 닐슨리서치에서 행한 조사에서도 10대와 20대들은 이미 텔레비전보다는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 게임이 대다수의 기성세대들이 걱정하듯 중독의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세대들에게 있어 게임은 기성세대의 텔레비전과 같은 존재다. 이들에게 게임을 뺏기 보다는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하지 않을까?
 
   텔레비전과 영화에 대한 담론과 비평을 통해 한류 열풍을 만들어냈듯, 게임도 문화콘텐츠로 인정하고 적극 육성시키기 위한 저변을 조성하는 것이 결국은 미래의 게임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초석이 될 것이다.
 <arche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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