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
  온라인게임 산업은 많은 점에서 한국이 보유한 기존산업과 다르다. 그 특징 중 하나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이기도 한 온라인게임은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의 게임사에 대해 강력한 글로벌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다.
 
  세계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일본의 소니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자사의 게임기에 게임을 싣기 위해 앞 다투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산업이 온라인게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존재한 한국의 산업 중 이런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제조업과 달리 설비, 원자재가 거의 소요되지 않고, 주로 인적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의 말을 빌자면 온라인게임은 ‘지식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석유나 철강, 석탄 등의 기초 원자재가 부족해 해외 가격의 급변동에 영향을 받아야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투입되는 원자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관계 없이 안정적이다. 또한 고급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에서 요구되는 산업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과 비교해도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이다.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이미 중국의 ‘인해전술’로 인해 급속하게 침식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주항공이나 로봇, 바이오산업을 단기간에 육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온라인게임은 21세기 한국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산업 육성의 모델 역시 제시하고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이래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전자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즉, 정부가 산업의 플랜을 짜놓고 세제, 금융상의 유인책으로 기업을 끌어들이면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였다.
 
  여기서 온라인게임은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정부가 일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청소년보호 등의 이유로 산업 발전을 억제한 상태에서 산업의 주체가 형성되었고, 이들의 노력에 의해 1990년대 후반 개화되었다.
 
  정부가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 육성책을 마련한 것은 이미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 궤도에 올라선 이후였다. 향후 21세기에는 민간의 힘에 의한 산업 형성이 강조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민간 주도의 산업 형성 모델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온라인게임 산업에도 새해에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다이야기로 대변되는 사행성 게임물로 인해 받은 이미지 타격에 대한 회복이다.
 
  온라인게임과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은 전혀 다른 게임산업이지만 국민은 동일한 ‘게임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는 강변만으로 이미지가 회복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지금까지 많은 게임사들이 다양한 사회 봉사와 공헌 활동을 해 왔지만 이번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명백해진 것은 이런 활동들이 게임산업의 시민권 획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산업의 가장 큰 비판자인 학부모의 인식 변화는 거의 없었거나 더 악화되었다는 점은 직시해야 한다. 게임산업계와 정부는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그 동안의 게임산업의 인식 전환을 위한 전략을 새로이 수립해야 한다. 특히 그 동안 게임중독과 같은 역기능 치료는 순기능 강화로, 각 게임사의 개별 분산적인 활동은 정부와 협력한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으로 변화해야 한다. 특히 게임의 순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한 게임의 교육적 기능의 부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새해는 게임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에 국민들이 감사와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자.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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