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번트는 선취득점을 위한 하나의 전략적 방법이다. 1루로 나간 주자를 2루까지 보내기 위한 것으로 번트를 한 타자가 아웃된다는 위험요인도 가지고 있다. 당연히 타율이 좋은 팀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하나의 전략적 양념일 뿐 작전의 골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3번 아웃되기 전에 점수를 내야 하기에 어떤 감독도 번트만으로 승부를 걸지 않는다. 어떤 감독이 번트만으로 승리하려는 무모한 도전을 하겠느냐마는 황당도전이기에 절대 불가능이란 없다.
 
  이번 주 번트만으로 승리한다는 미션으로 신개념 야구게임 ‘마구마구’에 도전했다.
  만만치 않은 미션이기에  퍼블리셔인 CJ인터넷과 개발사인 애니파크 사람들이 ‘마구마구’의 1인자라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김동후 애니파크 CS팀 대리를 도전자로 선정했다.
 
  “번트만으로 공격을 진행하라고요.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겠는데요. 특히 상대편이 수비를 잘 한다면 십중팔구 아웃될 수 있으니 일단 열심히 노력해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죠.”
 
  미션 수행을 준비하는 김 대리는 다소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스스로가 ‘미션임POSSIBLE’의 열렬한 독자이기에 황당한 주제가 주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번트 하나로 공격하라는 미션이 주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까지 경기에서 패를 기록한 경험이 많지 않아 미션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못 비장감 마저 느껴졌다.
 
 # 첫 시합의 좌절…번트와 도루 조합, 가능성 확인
  그는 바로 미션에 임했다. 먼저 기본 팀으로 경기에 돌입했다. 처음 상대는 아마추어 수준의 중급유저.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기가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는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전개됐다.
  번트는 대부분 직선이나 허공으로 날아갔고 한 명의 주자도 진루시키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상대편의 수비실력이 좋아 주자는 번트와 동시에 아웃됐다.
 
  “먼저 각도를 정하고 번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 실력이 좋은 만큼 아마 좋은 공을 주지는 않을 거예요. 계속 시도하다보면 방법이 보이겠죠.”
 
  김 대리는 약간 답답한 듯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1회 큰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이미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어떻게 점수를 낼까’라는 생각에 몰두하던 중 드디어 해법이 보였다. 그의 플레이에 이상한 점을 느낀 상대 유저가 5회부터 똑같이 번트로만 공격을 한 것. 특히 한발 빠른 도루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낸 장면에서 그는 해결방법을 찾았다.
 
 # 승리 눈앞…유저 기권 ‘날벼락’
  “역시 스피드로 승부해야겠네요. 지금처럼 수비위주로 나가다 상대의 실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빠른 플레이를 펼치는 팀을 선정해 시합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경기의 유저가 스피드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니 알겠어요.”
 
  그는 팀을 고르기 시작했다. 타율이 우수한 94년 OB베어스 팀을 즐기는 그였지만 스피드를 고려해 2006년 롯데를 선정했다. 정수근 등 발이 빠른 선수도 많고 또 올해 실제 경기에서도 총 52번의 번트시도로 좋은 결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손민한과 노장진, 장원진 등 베테랑 투수가 많이 포진하고 있기에 빠른 발과 정확한 제구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던 중 드디어 상대 유저가 도전해왔다. 긴장감으로 굳어졌던 그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상대할 유저가 초급 수준의 동네계급 유저가 들어온 것. 그는 이번에는 이길 수 있겠다며 스스로 자신감을 비췄다.
 
  경기 시작과 함께 그는 스피드로 승부를 걸었다. 상대는 당황했고 3회 드디어 선취점을 얻었다. 그 후 5회 또 한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며 2대0의 스코어로 경기를 리드해 나갔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큰 이변이 발생했다. 상대 유저가 실력의 차이를 느끼고 경기를 포기한 것. 미션 성공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천청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 7전8기의 도전…마침내 ‘승전보’
  “갑자기 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다시 도전해봐야죠. 이번에는 상대 실력이 어느 정도이든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이제 확실히 감 잡았어요”
 
  김 대리는 눈앞의 승리를 놓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로 다음 경기에 몰입했다. 새롭게 도전해온 유저는 중급 수준의 아마추어.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그는 3회와 6회 다소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특유의 제구력으로 점수를 잃지는 않았다. 자연히 6회까지 어느 쪽도 점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투수 전으로 흐르던 분위기가 바뀐 것은 7회. 첫 타자의 번트 플라이 아웃이 후, 타석에 나선 정수근이 번트로 1루로 진루했다. 다음 도루로 2루를 훔친 후 마이로우의 번트 순간을 틈타 홈을 밟은 것이다. 하지만 1점으로는 다소 불안했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는 8회 득점과 함께 승리의 기쁨으로 바뀌었다. 상대편 유저도 다소 황당한 플레이로 승리한 김 대리의 실력을 인정했는지 웃음을 의미하는 이모콘티와 함께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야구는 9회 2사부터라는 말이 있잖아요. 역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몰라 긴장했었어요. 특히 8회와 9회 바람이 순풍으로 강하게 불어 혹시 홈런을 맞지 않을까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기고 나니 정말 기분은 좋네요.”
 
  그는 “약간의 운도 따른 것 같다”며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차분히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더욱 어려운 미션으로 다시 도전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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