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임POSSIBLE - 'R2' 레벨11로 '타이탄' 잡기
 
  이번 미션은 올 MMORPG 시장 최고 히트작인 ‘R2’다.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이 게임은 유려한 그래픽과 깔끔한 타격감이 특징이다. 핵심 시스템인 공성전으로 전격 돌입해 캐릭터와 개발자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공성전 특유의 정해진 일정에 때문에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그래서 한 단계 낮춰 강력한 몬스터를 기본 장비만으로 사냥하는 것으로 목적을 수정했다.
  
   도전자는 NHN게임스 기획팀의 정태철씨로 결정됐다. 그는 ‘R2’ 개발을 이끄는 핵심 인물중 하나다. 평소 말이 없고 표정에도 큰 변화가 드러나질 않는 포커 페이스라는게 주위의 말이었다. ‘R2’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그는 황당도전에 흔쾌히 응했다.
  
  “레벨11 전사로 레서 오우거를 사냥하는 것이 제가 생각할 때 아주 어려운 미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레서 오우거는 강력한 몬스터 가운데 한 놈이죠. 물론 전 기본 장비만 가지고 갈께요.”
  
  그는 천천히 말하며 게임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다만 지나가던 유저들이 도움을 주거나 방해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개발자 서버에서 도전을 하기로 했다.
  
  
 # 초보중의 초보 ‘11레벨
  ‘R2’에서 레벨 11은 그야말로 왕초보에 불과하다. 힘 18, 민첩 10, 지능 10, 방어 13에 체력은 겨우 182에 불과하다. 여기에 아이템도 상점에서 판매하는 가장 하위의 것으로 장착했다. 성별은 여자였으나 능력치는 남자 캐릭터와 다를 것이 없다. 드디어 정태철 씨는 다 됐다고 말하며 마을 밖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냥 마을에서 소환하면 편하지 않나요?”
  “마을로 소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캐릭터가 죽으면 마을에서 살아 나는데 몬스터가 계속 공격하게 됩니다. 마을 바로 앞으로 나가서 몬스터를 불러 오죠. 그러면 문제 없습니다.”
  
  그는 부지런히 마을 밖을 향해 뛰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구가 보였고 경비병이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쉬지 않고 계속 뛰어간 그는 마침내 출구를 지나 평지로 들어 섰다.
  
  “자, 소환하겠습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레서 오우거가 등장했다. ‘R2’는 몬스터의 체력 게이지와 레벨이 표시되질 않는다. 그래서 몬스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육안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개발자가 강하다고 하는데 누가 딴지를 걸 수 있겠는가.
  “자, 시작합니다.”
  
 # 2분만의 성공…‘타이탄’으로 목표 수정
  마침내 전사의 칼이 빛을 냈다. 레서 오우거는 한대 맞더니 화를 내며 곧바로 반격하기 시작했다. 정태철 씨는 시간을 재라고 했다. 5분 내에 몬스터를 잡으면 성공이고 못 하면 실패하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레서 오우거가 쓰러졌다. 어이없게도 몬스터가 너무 약했던 모양이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을까. 시간도 불과 2분. 뭔가 이상했다.
  
  “어라∼ 이놈이 죽어 버렸는데요?”
  “아니, 분명히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셨잖아요.”
  “글쎄요. 분명히 어려운 거 맞는데... 거, 이상하네요.”
  
  황당 도전 사상 가장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야말로 ‘황당한 도전’이었다.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할 수 없이 우린 설정을 다시 하기로 합의(?)했다. 명색이 ‘불가능의 도전’을 컨셉트로 하는 황당도전인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저기, 다른 몬스터를 데려 올께요. 확실히 강한 놈으로.”
  정태철 씨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모니터에 어떤 문자를 넣었다. 그러자 매우 흉악하게 생긴 몬스터가 한 마리 나타났다. 타이탄 오크 대장이란 몹이었다. 레서 오우거와 달리 몸집은 작았으나 오른손에 커다란 한손 도끼를 들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대장이라 그런지 갑옷까지 걸치고 있었다.
  
  “이번엔 확실한 놈이죠?”
  “엄청 강한 놈입니다. 아마 잡는 건 불가능할꺼에요.”
  “그럼 아예 불가능하면 안되니까, 레인저로 하죠. 원거리에서 쏘고 도망다니면서 아슬아슬하게. 어때요?”
  “굿 아이디어 입니다. 시간도 5분으로 정하죠.”
  
 # 거듭되는 선전 끝에 굴복
   그는 캐릭터를 교체하기 위해 다시 마을로 나갔다. 거기서 전사를 레인저로 바통 터치를 했다. 상점에서 몇 개의 장비와 가죽 옷을 입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들이었다. 타이탄 오크 대장은 여전히 마을 밖 출입구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가끔 고약한 괴성과 함께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 섬뜩했다.
  
  정태철 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타이탄 오크 대장 정면 앞으로 가서 섰다. 그리곤 다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걸어갔다. 레인저는 원거리에서 활을 쏘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둬야만 한다. 물론 도망 칠 여유를 고려한 것이었다. 짧은 침묵이 지나가고 휭 소리와 함께 한대의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은 정확히 몬스터의 가슴에 퍽 소리를 내며 꽂혔다. 그러나 ‘미스’ 표시가 나면서 타이탄 오크 대장은 데미지를 전혀 입지 않았다. 화가 난 몬스터는 곧바로 레인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약간 당황한 정태철 씨는 열심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몸집이 작아서 만만하게 봤는데 뛰는 속도가 캐릭터보다 조금 빠른 것이 아닌가.
  
  “이거 큰일이네요. 이놈이 너무 빨라요. 도망이 불가능합니다.”
  “이제야 진짜 황당도전 같네요. 여기서 이기셔야 합니다. 파이팅!”
  
  하지만 정태철 씨는 도망치다 활을 쏘는 행동이 다소 느렸고 몬스터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한대 쏘고 도망치는 것을 반복해야 하는데 몬스터의 속도가 빠르다보니 도망만 치기에도 바빴다. 또 몬스터가 일단 도끼를 휘두르면 도망을 쳐 거리가 멀어져도 데미지를 받았다. 정태철 씨는 주위의 물체들을 이용하며 몬스터가 쫓아오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빙빙 돌기만 해서는 5분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과감한 공격을 몇 번 감행했으나 ‘미스’ 공격이 자주 나타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레인저는 예상보다 오래 버티긴 했지만 결국 커다란 상처를 입고 바닥에 눕고 말았다.
  
  “아, 진짜 아쉬운데요. 어떻게 잘 하면 될 것도 같은데….”
  
  정태철 씨는 입을 쩝쩝 다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황당도전에 ‘리바이벌’은 없는것이 원칙. 반복해서 하다보면 언젠가 목표는 달성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는 다음 기회가 오며 반드시 공성전에 홀로 돌입하는 미션을 하고 싶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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