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 이런 학습은 단순히 특정 지식이나 기술을 암기하거나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서 각자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온라인 게임 환경만큼 우리에게 분명한 학습공간은 없다. 게이머들은 각자의 게임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여기에서 다양한 스킬과 노하우가 학습되면서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인내력도 배양하게 된다.
 
 특히 이 새로운 공간에서 어떤 삶을 이루어야 할 지, 이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할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탐색하게 만든다. 게임을 한다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중독되는 행위가 아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또 살아 남기 위해 수 많은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또 다른 학습공간이다.
 
 게임 활동이 학습 행위라고 한다면 게임과 공부를 상극이라고 생각해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치는 말일 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온라인 게임 세계는 게이머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 학습공간이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 게이머들이 각기 다른 게임세계에서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전에 게임세계에는 싱글 플레이어, 공동체 플레이어, 그리고 반사회적 게이머의 세가지 라이프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이 3가지 라이프스타일은 그 자체로 게임세계에서 학습하는 분명하고 서로 다른 학습행동을 나타낸다.
 
 온라인 게임 세계에서의 학습이란 이 공간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싱글 플레이어의 경우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정보와 해결책을 찾고 혼자 해결하는 경향이 강한 유형이다. 공동체 지향 게이머는 싱글 플레이어와는 반대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혹은 사람들과의 공동 활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탈사회적 게이머들의 경우 이들은 현실에서 사용되는 문제 해결 방식이나 기준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의 방식은 팬터지 공간으로서의 게임 세계에서만 가능한 방식을 찾고 또 이것을 문제 해결하는 과정에서 활용하였다.
 
 이런 이유로, 현실 기준에서 게임 세계에서 부정적인 문제들을 많이 발생시키고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 이런 차이는 게임 세계에 따라 달랐다. 한 예로 ‘리니지2’와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세계에서는 모두 3가지 학습자 유형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게임 세계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두 게임세계에서 싱글 플레이어와 탈사회적 게이머의 경우 게임 활동 패턴이 매우 유사하였다. 싱글 플레이어는 게임을 게임 자체로 보고 게임의 즐거움, 즉 오락적인 측면을 강조한 반면 탈사회적 게이머는 현실과는 다른 룰로 게임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게임 세계 안에서 일탈적인 행동들을 통해 카타르시스적인 재미를 추구하였다. ‘리니지2’와 ‘메이플스토리’ 간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리니지2’의 경우 공동체지향 게이머는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게임 속 공동체인 혈맹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비해 ‘메이플스토리’의 게이머들은 사람들과의 관계 중시형임에도 불구, 다른 유형과 비교하여 뚜렷한 공동체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메이플스토리’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과 관련이 있다.
 
 공동체지향 게이머들이 공동체 활동과 사회 관계에 대한 욕구는 있었지만, ‘메이플스토리’ 게임세계가 이것을 충족시킬 만한 공동체 시스템(길드 시스템)이 부족하였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소일꺼리가 아닌 구체적인 문제해결 기술과 사고 능력을 배우는 학습활동의 하나로 더욱 분명하게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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