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식 나우콤 대표이사
 
 “인기 있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어느 TV 토론 프로에서 사회자인 제프 그린필드가 NBC 유니버셜 사장 밥 라이트에게 물었다. 밥 라이트의 답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하는 것이 저의 임무이지요. 하지만 나쁜 프로그램이 나오는 사례는 수 차례의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좋은 사람들이 잘 만들고 있는 곳에 가서 ‘어이, 여기에 줄리아 로버츠를 넣는게 어때?’ 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NBC 유니버설 사장 밥 라이트의 대답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모호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말은 게임을 개발하는 사장 또는 개발사를 지휘하는 퍼블리셔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대답이 아닌가 싶다.
 
 게임이라는 산업은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게임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회사들이 게임 산업에 참여하고 있거나,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비슷한 산업에서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데, 방송이나 음반 쪽 산업을 많이 참고하는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면 게임과 방송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성공에 대한 확신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물론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둘은 ‘정말 잘 만들었네’ 해도 실패하고, ‘이건 아니야’ 한 것은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회자 제프 그린필드의 질문은 게임 사업의 성공에 대해 늘상 고민하고 있는 필자가 하고 싶은 질문을 아주 적절하게 해준 셈이다.
 
 게임계에서 성공한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초기에 회사나 퍼블리셔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게임들이다. 필자의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테일즈런너’의 경우에도 초기에 많은 퍼블리셔로부터 소외 받았던 게임이다. 이 게임 말고도 성공한 많은 게임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은 게임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반면에 성공을 확신할 만큼 엄청나게 공력을 들인 대작게임들, 기술과 그래픽에서 완벽했던 게임들이 시장에서 무참한 실패를 맛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대작게임들이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많을까? 밥 라이트의 말 속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작게임에 너무나도 관심과 공력을 쏟는 바람에 ‘나쁜 프로그램’이 나오는 전형적인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공감을 할 것 같은데, 간단히 말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 탓에 기술적으로나 기획적으로나 하나 하나의 요소를 놓고 보면 문제가 없으나, 전체적인 흐름 상에는 ‘말도 안되는 요소’ 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영화에서 줄거리의 흐름과 상관없이 옷 벗는 장면이 자주 나오면 관객들이 바로 아는 것처럼, 게임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요소’들은 소비자들이 바로 눈치를 챈다.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게 되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어렵고, 결국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성공한 게임을 보고서 어떤 요소가 그 게임을 뜨게 했네, 어쩌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에서 그 요소가 그런 역할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 줄리아 로버츠라도 역이 안맞으면 말짱 꽝인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방법은 필자도 모르겠다. 하지만, 밥 라이트의 말처럼 나쁜 게임을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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