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
 
 
 
  
 ‘상전벽해(桑田碧海)’는 라는 말이 있다. 조선말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지은 신선전(神仙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어느 날 선녀 마고가 왕방평(王方平)에게 “제가 신선님을 모신 지가 어느 새 뽕나무 밭이 세 번이나 푸른 바다로 변하였습니다(桑田碧海). 이번에 봉래(逢萊)에 갔더니 바다가 다시 얕아져 이전의 반 정도로 줄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상전벽해는 이처럼 세상사의 급변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얼마 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조사해 보고 난 후 느낀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면 바로 상전벽해다.

상전벽해를 대변하는 두 중국 기업은 샨다와 더나인이다. 다시 말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샨다의 몰락과 더나인의 부상으로 말할 수 있다. 샨다는 2004년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그 위세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샨다는 지금 심각한 궁지에 몰려 있다. 샨다의 매각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니 그 심각성을 알만 하다. 왜 중국 최고의 온라인게임사가 이처럼 추락한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략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샨다는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통한 급격한 성장을 기반으로 셋톱박스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셋톱박스 시장의 미성숙으로 인해 막대한 재고가 쌓이면서 큰 손실을 입었고, 이는 강점이었던 온라인 게임사업의 약화를 가져왔다.

무엇이 샨다를 이런 전략적 미스로 끌고 들어간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샨다의 오만이다. 샨다의 천텐차오 회장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20대의 젊고 겸손하고, 가진 것은 없지만 의욕이 넘치는 벤처사업가였다고 한다. 무명의 그는 한국의 게임사를 돌면서 자신에게 중국 퍼블리싱을 맡겨줄 것을 호소하고 다녔고, 이때 인연이 닿은 것은 액토즈소프트의 ‘미르의 전설2’였다. ‘미르의 전설2’ 서비스를 통해 그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갑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을 통한 자신감은 그에게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

2005년도에 천텐차오 회장을 만났을 때의 첫 느낌은 수재라는 것이었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저하지 않으며 전략적으로 많은 것을 이미 생각하고 있는, 더구나 지극히 성격이 급하다는 점까지 포함해 전형적인 수재였다. 하지만 이런 수재이기에 빠지는 함정이 있다. 타인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오너 위주의 조직 관리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샨다는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와의 분쟁을 통해 한국기업에 깊은 불신감을 심어주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게임사는 샨다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샨다의 교훈은 한국 게임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 다수가 샨다와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A사는 많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오너의 절대적인 지배력이다. 두 기업 모두 오너가 절대적인 지분과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 이는 샨다와 같은 전략적 미스의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는 기업조직으로서의 취약성이다. 두 기업 모두 직원의 유출이 심하며 특히 중간관리직의 이직이 대단히 높다. 셋째, 게임 비즈니스에서 절정을 구가하고 있거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 사가 똑같이 성공의 신화라는 ‘위험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공 경험은 기업을 오만하게 만든다.

온라인게임 사업의 매력은 한 게임의 성패를 통해 기업은 ‘천당’으로도 ‘지옥’으로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의 승자가 안심할 수 없으며, 오늘의 패자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업이 온라인게임이다. 그렇기에 항상 겸손하고 전략적으로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샨다의 몰락 스토리는 한국 게임업계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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