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덕 위메이드 개발이사
 
 
  
 예전에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던 시절을 떠올려 생각해보자.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의 찻집에 안락한 소파, 화려한 유리 테이블, 낭만적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 등 두 사람의 자연스런 대화를 도와주는 도구들이 준비되어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진땀을 빼게 된다. 처음 보는 사이라 어색한 것도 있지만 가장 힘든 건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화제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리라.

온라인 게임에서의 커뮤니티도 이와 같다. 편한 채팅 시스템에 친구 찾기 기능, 메신저 기능 등은 앞에서 말한 안락한 소파나 유리 테이블 같은 도구에 불과하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공통된 화제거리를 제공해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화제거리 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게임을 하며 주로 다른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여자친구 이야기나 가족이야기를 하는가. 당연히 게임 속 대화주제는 그 게임 그 자체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한가지 예로, 예전 패키지 어드벤처 게임을 하다 어려운 수수께끼에 직면하여 진행이 막혔을 때 공략집을 펼쳐 보았던 것을, 온라인에서는 다른 유저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런 개별적인 수수께끼나 과제를 보다 넓게 확대하여, 어떤 집단이나 단체에게(그것이 일시적인 파티이든, 지속적인 길드이든) 지속적으로 부여하게 된다면, 자신이 아는 지식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인간 심리의 특성상 공통된 화제거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게임시스템 자체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 조상들이 농촌에서 행했던 품앗이나 두레 같은 ‘노동 교환’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전사는 전투에서 탱커로서의 역할은 하지만 강한 적을 만났을 때엔 마법사의 데미지 딜링과 사제의 힐링이 필요하게 설정하는 것이 바로 노동교환이다. 이러한 것이 커뮤니티의 시작이다.

지금 개발중인 ‘창천 온라인’에서도 삼국지라는 게임 컨셉트에 맞는 자발적 커뮤니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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