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협객을 꿈꾼다면 ‘구룡쟁패’의 일원이 되라
 
팬터지가 주류를 이루는 게임 시장에 최근 무협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만 10여종에 달하고 향후 출시될 게임도 10여종에 이른다.

 하지만 무협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게 무협맞어?’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컨셉트가 불분명한 게임도 많다. 무협에 등장하는 일부 무공을 도입했다는 것만으로 무협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상당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는 게임이 바로 ‘구룡쟁패’다.

 국내 무협소설계를 대표하는 좌백이 시나리오 맡아 기획하는 등 무협다운 무협을 만드는데 무엇보다 고심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무당, 소림, 개방, 비궁, 녹림, 마교 등 무협 마니아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하게 들리는 각 문파들이 그대로 게임에 녹아있다. 게이머가 사용할 수 있는 무공도 어떤 문파에서 배웠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각 문파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까지도 서로 은원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등 무협의 기본 세계관이 충실하게 뭍어난 작품이다. 여름방학 오픈베타테스트를 목표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다음달 3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일부 공개될 예정이다. 개발사 인디21을 찾아 정통 무협 게임 ‘구룡쟁패’의 일면을 엿보았다.
 
탄탄한 시나리오
 
‘구룡쟁패’가 무협다운 무협을 표방하며 과감하게 시도한 것은 정통무협작가 좌백을 콘텐츠 개발이사로 영입한 것이다. 이 게임의 시나리오를 총괄하고 있는 좌백은 이미 무협 마니아라면 익히 알려진 국내 신무협의 대가. ‘무혼’으로 잘 알려진 아내 진산과 함께 부부 무협작가로도 유명하다. 만화나 소설의 작가들이 게임 개발에 참여한 것은 이미 흔한 일이다.

하지만 좌백은 단순히 게임의 얼굴 마담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직접 제작/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면서 ‘구룡쟁패’의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무협에 담긴 동양사상과 문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야망, 복수, 의리, 사랑 그리고 문파간의 경쟁관계가 얽혀 있는 풍부한 퀘스트를 만들어 마치 한편의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느껴질 정도.
 
무로써 협을 행한다
 
‘구룡쟁패’가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요란한 그래픽 등 외관만을 뽐내는 기존 게임과 달리 세계관에서부터 확실히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어떤 세상을 창조해나갈 것인지, 진정한 무협은 어떤 것인지 깊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협의 근간은 서로 뜻을 같이 하는 세력들의 대립, 즉 정파와 사파의 대결이다. 무협지에 등장하는 몇가지 무공을 구사한다고 무협게임이라고 부르기엔 초라하다.
‘구룡쟁패’는 중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세력들의 대립 관계를 구현하기 위해 무협게임 최초로 다양한 문파를 등장시킨다. 이 게임에는 총 9개의 문파가 등장한다. 무당파, 소림사, 개방, 마교, 비궁, 녹림, 세가연합과 같은 무협지에서 잘 알려진 문파가 그대로 구현됐다. 게이머는 최초 낭인으로 시작해 자신이 원하는 문파에 들어가 무공과 기공을 수련할 수 있다. 유저뿐만 아니라, 몬스터로 분류되는 적대 캐릭터들도 문파를 구성해 조직적인 활동을 한다.

무협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은원관계다. 아무런 이유없이 몬스터를 때려잡는 무협게임에서 참다운 무협의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이때문이다. ‘구룡쟁패’는 각 문파 간의 대립 구도가 정해진 기획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유저들이 만들어낸 은원관계에 따라 형성된다. 몬스터들도 각 문파와의 은원관계에 따라 공격 태도를 달리한다.
 
무협지의 무공을 그대로
 
‘구룡쟁패’에서 맛볼 수 있는 무공도 기존 게임과는 다르다. 모든 문파의 공통된 무공도 있고, 특정한 문파만이 가지는 것도 있다. 또 지나가는 낭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무공도 있고 아이템 등 특이한 기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공도 있다. 한마디로 무협지에서 보아온 세계관이 무공 시스템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 문파의 무공을 배우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이머는 자신이 선택한 성장방향에 따라 차별화 된 500여 개의 무공을 구현할 수 있으며 그에 맞춰 검, 도, 봉, 곤, 창, 권, 비수 등 300여가지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구룡쟁패’의 무기들은 아이템 하나로 천하무적의 상태가 되는 기존 게임들과 달리 자신이 갖고 있는 무공을 쓰기 위한 도구 개념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구룡쟁패’에는 화려한 방어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투구나 갑옷을 입고 싸움을 펼치는 것은 진정한 무협이 아니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입는 옷은 다만 어떤 문파에 속했느냐를 확인시켜주는 장식일 뿐이다. 거지 문파의 경우, 레벨이 올라갈 수록 사용할 수 있는 옷이 더욱 남루해지는 정도.
 
무협에 대한 장벽 넘는 게 과제
 
정통무협 게임라는 측면에서 ‘구룡쟁패’는 확실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아직 무협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이 협소하다는 것이 바로 ‘구룡쟁패’가 넘어야할 과제다. 기존 무협 게임들이 팬터지류의 특징을 도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무협에 대한 생소함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통 무협을 표방한 ‘구룡쟁패’는 이제 실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일반 유저들은 ‘무협’의 용어나 무공을 익히는 시스템 등에 대해 생소함을 갖고 있다. 이런 사용자들이 ‘구룡쟁패’에 들어와 무협의 세계관을 익히고 게임의 재미에 빠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문에 개발사인 인디21측도 무협을 어떻게 쉽게 알릴까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 있다.

우선 ‘구룡쟁패’의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화를 제작해 오픈베타 시점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무협에 대한 칼럼이나 지식 등 입문자들을 위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게재할 예정이다. 무협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MP3 파일 형식으로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또 튜토리얼 모드를 제공해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마치 PC 게임처럼 싱글 모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teahun@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