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정: 남자라면 전사를 선택하라!
 
3년이 넘는 개발기간과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으로 개발중인 NHN의 야심작 ‘아크로드’. 그 광활한 대지와 역사에 참여하기 위해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힘차게 눌렸다.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흘러 나오면서 게임이 실행됐고 캐릭터를 생성하는 화면으로 전환됐다. 현재 ‘아크로드’는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 중이기 때문에 휴먼의 전사와 궁수만 선택이 가능했다.

자, 그럼 뭘 할까나? 궁수가 초반 레벨을 올리기에 유리하다는 소문이 쫙 난 상태지만 역시 남자라면 전사가 아닌가! 롤플레잉 게임의 기본은 무엇보다도 전사와 마법사고 마법사가 없는 이상 당연히 전사다. ‘하랑’이라는 이름의 전사를 생성하고 아크로드로 접속하는 아이콘을 다시 눌렸다. 곧바로 로딩이 시작되면서 멋진 풍경과 함께 하단에는 영어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어이쿠, 처음부터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인가? "And so do…" 까지 읽었는데 게임이 시작됐다. 그럼 그렇지 갑자기 왠 영어야.
 
누구나 시작은 미미하다
 
툴란성 남쪽 광장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하랑. 낯설지만 롤플레잉게임에 익숙한 풍경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북쪽으로는 거대한 성채들이 보였고 왼쪽에는 무기상인과 갑옷상인, 도우미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바로 앞에는 운영자 캐릭터가 빨란 글씨의 ‘아크로드’라는 이름을 달고 유저들의 질문과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고 있었다.

 일단, 위치가 파악되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시간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주위를 구경할 틈이 없는 것. 북쪽으로 길게 난 길을 따라 성 밖으로 달려 나갔다. 작은 다리를 건너 필드에 나서자 온 사방에 보이는 것은 사슴 뿐. 가장 낮은 몹이 사슴이었다. 사슴 영역 너머로는 멧돼지, 자이언트 박쥐 등이 보였고 각기 다른 색깔을 띤 글씨를 달고 있었다. 사슴은 흰색, 멧돼지는 녹색, 자이언트 박쥐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레벨에 따라 사냥에 적절한 몹을 나타내는 것이 분명했다. 온 사방에 가득찬 사슴을 보며 하랑은 손에 쥔 단검을 단단히 쥐었다.
 
최초의 일격!!!
 
으하하, 온 사방이 밥이구나 밥. 최초의 일격은 강렬했다. 사슴의 머리를 조준하고 힘차게 베었고 상쾌한 소리와 함께 그래픽 효과가 멋지게 뿜어져 나왔다. 오오,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걸? 이어 연속 공격에 들어갔고 놀란 사슴도 이에 질새라 거대한 뿔을 이용해 공격을 가해왔다.

힘겹게 사슴을 사냥하고 나니 빨간 물약과 하얀 물약, 7 겔드가 떨어졌다. 빨간 물약은 체력을 올리는 것이고 하얀 물약은 스태미너를 보충하는 것. 스태미너는 전사의 경우, 스킬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것으로 마나와는 다르다. 하지만 전사에도 마나 게이지가 있는 것으로 보아 향후 마법 스킬을 익힐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사슴 사냥은 정신없이 이어졌고 간간히 빨간 물약을 먹으며 계속 버텼다.
 
스킬 이름은 알고 플레이해야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니 왠 궁사 한 분이 스킬을 시전하는데 그 화려함이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하늘에 활을 쏘면 일정 범위 내에 마법의 활이 비 오듯 떨어지는 것으로 범위 공격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그래픽 효과가 매우 뛰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른 나도 저걸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절로 가지게 했다. 아, 궁사로 할 것을 그랬나.
“저기요. 그 스킬 이름이 뭐에요?”
“저도 몰라욤.”

크윽. 이름도 모르고 사용한단 말인가. 알고 보니 ‘멀티플 애로우’라는 것인데 이 것을 보니 왜 궁사가 레벨을 빨리 올릴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범위 공격이 가능해 여러 마리의 몹을 몰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레벨 5 이상이면 배울 수 있는 ‘피니어샷’이라는 스킬도 여러 마리의 몹을 관통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전사의 스킬에도 범위 공격이 가능한 ‘빅 휠’이 있어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 레벨이 10이 넘는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 포인트를 주는데 이 포인트로 웨폰 마스터리 스킬과 바디 마스터리, 하트 마스터리, 포텐셜 마스터리를 올릴 수 있다.
 
전사가 역시 최고야
 
현재 구현된 것은 웨폰 마스터리로 1단계는 ‘듀얼 슬래시’, 한번에 2번 연속으로 공격을 가한다. 2단계는 ‘트리플 슬래시’와 ‘빅 휠’로 구분돼 유저가 선택할 수 있다. ‘트리플 슬래시’는 한번에 3번의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100의 데미지를 가진다. ‘빅 휠’은 앞서 말한 것처럼 캐릭터 주위를 360도 한 바퀴 돌면서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범위 공격이 가능하다. 이와 별도의 액티브 스킬인 ‘리니어 블로우’가 있는데 이 공격은 동일 선상에 놓인 몹을 관통하는 것으로 8미터 거리한계가 있고 46의 데미지를 지닌다.

 실제 사용해 본 결과, ‘리니어 블로우’ 보다는 ‘듀얼 슬래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일반 몹들의 성향이 선공이 아닌 관계로 건드리지만 않으면 공격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공격을 당할 염려가 없다. 하지만 ‘리니어 블로우’는 유저가 원하지 않는 몹까지 공격하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결과가 자주 나타난다. 몹을 몰아 한꺼번에 잡아 버리는 것은 궁수에게나 유리하지 전사는 전혀 아니었다.
 
허무한 지도탐색, 이렇게 구현된 것이 없다니
 
계속된 사냥으로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르자, 자연스럽게 사슴과 멧돼지에게 흥미가 떨어졌다. 더 센 놈들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하랑. 이왕 접속한 것 게임의 맵 구석구석을 탐험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때 눈에 번쩍띄는 아이디 ‘교회터는 스님’이 보였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껴 맵 정보를 얻기 위해 말을 걸었다.
“저기요. ‘교회터는 스님’님. 어디로 가면 괜찮은 몹이랑 풍경을 즐길 수 있나요?”
“...”

한참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교회 털러 가셨나 보다 하고 홀로 길을 떠났다. 우선 골든플레인으로 향했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에 가득 차 열심히 뛰어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골든플레인에는 요상하게 생긴 상징물 하나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주위에는 빨간색 글씨의 스켈레톤 궁사가 ‘너 여긴 왜 왔니’하는 표정으로 에워싸고 있었고 특별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허무한 일이….
 
아직은 작은 필드
 
여기가 이렇다면 다른 곳도 뻔한 것. 정말일까? 실제 돌아보니 정말이었다. 지도에 나타난 상징물이 그대로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아마 오픈 베타 테스트쯤되면 퀘스트를 위해 NPC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였다.

실망한 하랑은 바다를 보기 위해 서쪽 가장 끝에 있는 ‘빛나는 만’으로 가봤으나 좀비만 득실거릴 뿐 특별한 것은 없었고 바다만 출렁거릴 뿐이었다. 사냥을 하는 유저도 없었고 할 수 있은 것이라고는 얌전한 좀비와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는 것 뿐이었다. 혹시나 해서 ‘옛 전쟁터’와 ‘크라이하이 랜드’도 방문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남쪽방향으로 통하는 길목도 차단돼 있어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은 툴란성 주위로만 국한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크로드’를 멈출 수 없는 일. 아직 정령석의 맛을 못 본 관계로 더욱 사냥에 매진했다.
 
정령석은 이 게임의 꽃
 
정령석은 무기와 장비에 속성을 부여해 능력치를 높이는 돌로, 종류는 마법, 공기, 불, 땅 등이 있다. 정령석은 사슴을 제외하고 모든 몹에서 얻을 수 있으며 물약처럼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2시간 정도만 사냥하면 누구나 정령석을 얻을 수 있다. 정령석을 지니고 있는 무기에 올려 놓으면 "무기를 개조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확인을 누르면 개조가 진행된다. 물론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 끝날 확률도 있다. 개조가 성공하면 무기와 장비는 해당 속성을 나타내는 화려한 효과가 지속된다. 또한 하나의 무기에 다양한 속성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초급 레벨의 전사들은 양손 검 바스타드를 주로 사용한다. 상점가도 600겔드로 무난한 편이며 물리적 공격력도 강하다. 많은 유저들이 바스타드에 정령석 속성을 부여해 사용하는데 여러 개의 속성을 하나의 무기에 주입해 화려한 그래픽 효과에 신기해 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다양한 아이템이 몹에서 떨어지지만 자신의 직업에 해당하는 아이템이 아닌 다른 직업(궁수)에 사용되는 아이템이 떨어져, 이 게임도 유저간 거래의 활성화를 노리는 시스템임에 분명했다. ‘아크로드’의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툴란성 주위에 한정되어 있어 많은 지역을 구경하지 못해 아쉬웠다. 비록 서버 다운과 튕김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안정되고 있어 계획된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마무리되면 곧 ‘아크로드’의 웅장한 모습을 일반 유저들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기자(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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