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문화.. 이대론 곤란하다"
명확한 기준 · 잣대 없이 혼재.. 국민 모두 공감할 밑그림 다시 그려야
 
‘건전한 게임문화’는 게임계의 케케묵은 화두다. 게임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건전한 게임문화’를 주창해 왔다. 특히 지난 2002년에는 민관이 협력해 건전게임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이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지속돼 왔다. 그러나, 게임 이용문화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역기능은 좀체 줄어들 줄 모른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관련 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논지의 초점이 게임에서 게임 아이템으로 바뀐 듯한 인상이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게임의 파생물인 아이템이 이제는 게임을 지배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건전한 게임문화’에 대한 시각과 방향이 계속해서 겉돌고 있는 이유는 뭘까? 또 이같은 문제를 해소해 진정으로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더게임스에서는 병술년을 맞아 연중기획 시리즈로 그동안 지적돼온 게임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을 샅샅이 점검해 보고, 이에 대한 해소 방안과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는 ‘건전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한 10년쯤 전의 일이다. 당시는 텍스트모드로 게임을 진행하던 이른바 ‘머드게임’ 이 유행했었다. PC통신을 이용한 머드(MUD:Multi-User Dimension, Multi-User Dungeon 또는 Multi User Dialogue)게임은 게임의 상황과 배경은 물론 명령 자체도 문자로 일일히 입력해야 하는 관계로 지금의 온라인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잡했지만 이는 유저들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발동시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머드게임은 그래픽이 가미되면서 머그(Multy User Graphic)게임으로 발전,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MMORPG의 토대가 된다.

# 사이버 공간에도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텍스트로 진행되던 당시의 온라인게임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게임속 세상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PC통신을 통해 만난 사이라는 이유로 온갖 비매너와 욕설,폭력 등이 난무했다. 심지어는 게임 내에서 당한 분풀이를 현실에서 시도하는 이른바 ‘현피’가 발생하기도 하면서 잠시나마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가상세계의 일들이 하나 둘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때 나온 이야기가 바로 사이버세상에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요즘 툭하면 거론되는 ‘건전한 게임문화’가 PC통신이 보급되면서 사이버 세상이 새롭게 열리고 있는 시점이라 ‘건전한 사이버문화’라는 말로 표현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사회적인 요구는 IT산업 강국을 꿈꾸는 경제·산업 논리에 묻혀 금새 사그라들고 말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건전한 사이버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더라면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역기능이 지금보다는 훨씬 덜하지 않았을까”,“최소한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에서 건전게임문화가 다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지난 2002년 전개된 ‘게임문화진흥 캠페인’이 지속성을 갖지 못한채 도중에 중단된 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지난해 들어 정부차원에서 다시금 ‘건전게임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게임산업개발원에 게임문화진흥센터를 설립,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사실이다.

# 겉돌고 있는 건전게임문화 조성 사업

게임문화진흥센터는 문화관광부가 게임문화 인식제고를 통해 게임산업과 게임문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으로 설립했다. 개발원은 센터의 업무를 ‘게임역기능 대책 및 건전문화사업 전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게임중독 예방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게임중독 치료 시범클리닉 지정 및 운영 ▲게임 인식개선 및 참여프로그램 확대 ▲게임 역기능 관련 실태조사 및 연구 등의 사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노력도 아직까지는 핵심을 집어내지 못하고 겉도는 듯하다. ‘건전한 게임문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이 막연하게 사회문제로 표출되고 있는 현상들을 사후에 치료하거나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는 때문이다.

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인지 한계를 규정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이런 상태에서 건전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내부 계획 마련이나 방향 설정 작업에서부터 세부적인 업무 프로세서를 만드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정부는 물론이고 얼마전 아이템 현금거래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한 국회의원조차 온라인게임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중국인 작업장을 유저 범위에 포함시키거나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를 주장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마치 일반적인 게이머들의 전체 의견인 것으로 착각한 상태에서 정책을 마련하거나 법안을 꾸미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들은 충분한 사전 검토와 포괄적인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밝히고는 있지만 자칫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로 부각된 중국인 작업장이나 게임사가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합법화 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의 재산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극성(?)유저들만을 위한 법이나 정책이 마련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한 때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임을 둘러싼 잡음을 해소하고 게임산업을 우리의 핵심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가는 동시에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선은 게임산업 발전과 건전한 게임문화라는 2가지 방향이 상치되는 것으로 비춰지는 데다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의 문화가 많이 변질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어찌보면 이미 국내 게이머들에게 있어 게임은 순수한 놀이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욱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다시 산업논리에 묻혀 게임문화가 변질되어 가지 않고, 또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경주하면서도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이를 통해 게임의 기능과 역할이 본래의 자리를 되찾도록 해야 한다. 그런 연후라면 자연스레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과 인식도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고, 또 이를 바탕으로 게임산업의 발전도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는 물론 업계와 사회각층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립에서부터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있어야 이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만을 구하기 보다는 게임문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할 시점이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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