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시대' 적응해야 승산있다
 
‘스타리그’가 새 시즌을 맞으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이 종족간 밸런스다. 본선무대에서 펼쳐지는 경기가 특정 종족간의 대결로만 이루어지면 경기 내용이 획일화 되는 경향이 짙어져 재미가 반감되는 때문에 되도록이면 다양한 종족간의 경기가 이뤄지도록 배려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이 경기장으로 사용할 맵이다. 맵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미세하나마 종족간의 유불리가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선무대의 판세는 소수 종족에게 다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이 그동안 보여준 관행이었다.

맵이 어느정도 도와주는 데다 소수 종족의 경우 다른 종족과의 경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상대 종족에 대한 연습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강세를 보일 때가 많다. 더구나 상대 종족의 경우는 소수 종족과의 경기에 대비한 준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기기 마련이라 이른바 ‘소수종족 프리미엄’이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시즌에는 저그가 소수종족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올라온 테란은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본선에 오른 16명 가운데 절반인 8명이 테란인 반면 저그는 3명에 불과하고 프로토스는 5명으로 중간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종족 분포를 고려해 이번 시즌에 사용되는 맵이 ‘러시아워2’,‘라이드오브발키리스’,‘신815’,‘개척시대’ 등 4종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워2’와 ‘개척시대’가 새로 도입됐는데 특히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개척시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맵은 본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입구를 막기가 힘들다. 또 러시거리가 가까운데다 앞마당이 전면 배치돼 있어 초반 압박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반면 넓게 트인 중앙지역에서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중립건물을 제거하며 맵의 외곽 자원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전술적인 플레이가 요구되기도 한다.

이는 테란을 상대하는 프로토스나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저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의 경우도 초반 마린·메딕 러시가 강력해져 종족 간에 물고 물리는 상성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저그에게는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어도 기존 맵에 비해서는 훨씬 좋지만 초반에 입구를 막고 시작해야 하는 테란에게는 아주 괴로운 맵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이 맵은 힘싸움보다는 전략적인 싸움을 유도하는 맵이라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적응해 최적화된 전략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시즌은 물량을 바탕으로 한 힘싸움에 능했던 선수들이 우세를 점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전략가 스타일의 선수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에 수정이 가해진 ‘신815’의 경우도 전략형으로 통하는 맵이고, ‘러시아워2’도 지난 시즌에 사용했던 ‘알포인트’에 비해서는 전략을 중시한 맵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시즌이 ‘테란 대 프로토스’의 구도로 이루어졌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저그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엄재경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저그 종족을 눈여겨 보세요"
 
“소수 종족이 잘 할 때가 많아요.”

스타리그 터줏대감인 엄재경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에 가장 눈여겨 봐야할 종족으로 ‘저그’를 꼽았다. 역대 스타리그에서 나타난 데이터를 보면 소수 종족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근거다.

그는 특히 지난 시즌에 저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알포인트’가 빠지고 대신에 저그에게 유리한 ‘개척시대’와 ‘러시아워2’가 새로 추가된 점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들고 나올 ‘새로운 전략’이 기대되는 것도 이같은 맵의 변화에 따른 볼거리라는 얘기였다.

그는 또 “지난 시즌 우승자인 오영종이 ‘우승자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여부와, 전략가인 임요환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는 점도 눈여겨 볼 사항”이라며 “특히 힘싸움을 유도했던 지난 시즌에 결승까지 오른 임요환이 전략 성향이 강한 이번 시즌에는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엄위원은 이밖에 최근 가장 강한 포스를 발휘하고 있는 박지호와 소수종족 프리미엄을 안고 나온 ‘투신’ 박성준의 활약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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