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바꾼 캐릭터로 새 인생 시작했죠”
 
“Ssizz는 원래 sizz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이에요.‘시즈’라는 이름이 어감상 너무 약해서 앞에 ‘S’자를 하나 더 넣은거죠.”

MMORPG를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영원한 누나’로 통하는 ‘씨즈’는 벌써 13년째 온라인게임에 푹 빠져 살고 있는 열혈 게이머 유인희씨(37)의 분신이다. 최근 들어서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나’라기 보다는 오히려 ‘대모’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됐지만 그래도 아직 게임상에서는 ‘누나’라 부르며 따르는 게이머들이 많다.

그런 그에게 있어 ‘Ssizz’라는 이름은 단순한 캐릭터명이라기 보다는 과거 우리네가 즐겨쓰던 ‘호(號)’에 가깝다. 예전같으면 멋진 의미를 지닌 한자어를 주로 사용했겠지만 시대가 바뀐만큼 영어로 된 ‘호’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 남자친구와 바꾼 이름 ‘Ssizz’

사실 ‘Ssizz’라는 이름이 탄생할 당시 그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하나 있었다. 당시 울티마 온라인을 열심히 하고 있던 그를 보다 못한 남자친구가 애써 키워오던 캐릭터를 삭제해 버린 것.

“그러면 게임을 그만둘 줄 알았나봐요. 하지만 저는 게임 대신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선택했죠. 이후 함께 게임을 즐기던 지인들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지속할 것을 권유하며 다양한 이름을 지어줬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sizz였죠.” 시간의 흐름 때문인가. 상당히 가슴아팠을 사연을 그는 마치 과거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아주 무덤덤하게 풀어냈다.

이후 그는 아예 게임과 결혼이라도 한 듯 미친듯이 게임에 빠져들었고, 뜻이 맞는 몇명과 함께 게임 커뮤니티를 열었다.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과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사랑해 마지 않은 게임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유저와 게임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열자는 취지에서 였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게임 정보와 유저들의 의견 및 게임내 소식을 다루고 있는 그 커뮤니티 사이트는 이후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 정보를 얻어갈 정도로 인기있는 사이트가 됐다. 그러는 사이에 그 커뮤니티의 중심에 있었던 ‘Ssizz’라는 그의 캐릭터명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도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누나 부대’다.

# 변해가는 게임 문화에 뿌듯함 느껴

“게임 속 세상에도 질서와 규범이 필요해요. 사실 온라인게임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다른 유저의 등을 치는 사기가 난무했지만 게임사에서는 ‘유저들의 문제’라며 개입하기를 꺼려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은 발전이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뭔가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해요.”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리니지’를 비롯해 국내에 소개된 거의 모든 온라인게임을 섭렵하면서 자료를 정리해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때로는 잘못된 게임시스템이나 정책을 꼬집기도 하며 유저들의 편에서 나름대로 제대로 된 게임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Ssize’가 있게 된 배경도 이런 저런 게임을 ‘Ssize’와 함께 누벼온 때문이었고,이를 통해 이미 유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최근 ‘EQ2’ 커뮤니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어요. 그동안에는 게임만 좋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실제로 ‘와우’의 경우는 주변에서 다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저는 그 게임성을 믿었고, 결국 국내 시장에서도 보란듯이 성공했잖아요. 하지만 ‘EQ2’의 경우는 게임성은 좋았지만 운영을 엉망으로 하는 바람에 실패한 케이스가 돼버렸어요.”

# 커뮤니티 경영자로의 변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게임 속의 ‘Ssizz’를 그대로 지켜보든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저런 게임에서 한사람의 게이머로서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고 있는 바로 그 ‘Ssizz’가 현실에서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 그가 살짝 자신만의 팬관리 비법을 공개했다. “다른 유저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거죠. 저는 상대가 기분 나쁘게 나오는데도 가식적으로 마냥 좋게 대하지 않아요. 같이 싸우고 욕도 하고 그래요. 그런 솔직함이 유저들에게는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런데, 이처럼 언제나 친숙한 ‘누나’로 다가왔던 그를 이제는 쉽게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말 그동안 몸담아온 커뮤니티를 떠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더니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면서 더이상은 직접 게임에 매달릴 수 없는 경영자 입장이 돼버린 것이다.

그 자신도 “요즘은 30분 이상 게임에 몰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항상 게임 속에서 다른 유저들과 한데 어울리는 것이다. 그가 커뮤니티 경영자로 나선 것도 보다 오랫동안 ‘Ssizz’로 남아있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 언제나 다시 ‘Ssizz’가 우리들의 ‘영원한 누나’로 게임에 복귀할 지 기다려진다.
 
김순기기자@전자신문(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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