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이병민 출전 못하면 대회 보이코트.. 타 구단 "이병민 출전하면 참가 거부"
 
프로리그가 파행으로 치닫게 될 위기상황을 맞았다.

KTF(대표 조영주)는 지난 2일 영입한 이병민 선수의 프로리그 출전여부를 놓고 e스포츠협회와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e스포츠협회가 ‘대회 규정상 이병민은 이번 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KTF측은 “시즌 중에 영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개월 후에는 출전이 가능하다”며 “만일 1개월 이후에도 출전을 못하게 막으면 대회 자체를 보이코트하겠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아직은 단순한 논란 단계에 머물고 있는 이병민의 프로리그 출전 문제는 각 구단이 엔트리를 변경하는 내달이 되면 프로리그 자체의 존폐를 위협하는 빅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한 게임단 감독은 “엄연히 협회의 규정이 있음에도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를 무시하는 행동이 용납된다면 힘없는 팀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며 “이병민이 이번 시즌에 출전하게 된다면 선례를 남지기 않기 위해서라도 출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F가 이병민의 출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경우에는 e스포츠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와는 관계없이 ‘스카이 프로리그’ 자체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 관건은 KTF 행보 = 결국 이번 건을 계기로 프로리그를 파행으로 몰고 가느냐 아니면 조용히 끝내느냐에 대한 결정권은 KTF가 쥐고 있는 셈이다. ‘게임계의 레알마드리드’라 불리우는 KTF가 프로리그에 불참할 경우에는 프로리그가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하게 된다. KTF가 배짱을 부리며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회를 보이코트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KTF의 위세에 눌려 e스포츠협회가 이병민의 출전을 허용할 경우에는 다른 구단들이 반발하고 일어설 것은 불보듯 뻔하다. 아무리 협회 규정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분위기를 바꾼다 하더라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건이 탈없이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KTF가 이병민의 출전을 포기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 최대 피해자는 e스포츠협회 = 이병민의 이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전 소속팀인 팬택앤큐리텔이다. 이병민은 지난 시즌에 팬택앤큐리텔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동해온 선수라 이번 이적으로 인한 전력손실이 크다. 더구나 팬택앤큐리텔은 이병민을 이번 시즌에도 1군등록선수명단에 올리는 등 자사 선수로 여겨온 터라 정신적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한다.

하지만 더 큰 피해자는 바로 e스포츠협회다. 안그래도 출범 6개월이 되도록 이렇다할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이처럼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위상에 큰 타격을 입게 된 때문이다.

이에 e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e스포츠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SK텔레콤을 겨냥한 딴지걸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협회 부회장사를 맡고 있는 KTF가 1군등록선수명단을 제출하면서 대회 및 경기규정 준수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대회 규정을 모를리 없는 KTF가 처음부터 협회를 골탕먹이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 싶다”는 한 관계자는 지적이 의미심장하다.
 
김순기기자(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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