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및 게임 관련 사업가로 변신
베르트랑은 승부사 근성 살려 프로겜블러 전업
 
‘파란 눈의 전사’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때 국내 스타리그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던 외국인 선수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99년 스타리그가 태동할 당시부터 함께 하며 성공신화를 창조, 외국인 선수들에게 ‘코리아 드림’을 심어준 기욤 패트리가 지난해 초부터 방송리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스타인 베르트랑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또 지난달에는 호주에서 건너온 피터가 은퇴를 선언하고 귀국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출신의 브라이언(e네이쳐스톱)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도 소속팀이 하반기 프로리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조만간 선수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를 마지막으로 국내 스타리그 무대에서는 더이상 ‘파란 눈의 전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들의 존재는 한국 e스포츠 문화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었기에 이같은 외국인 선수 전멸이라는 상황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들이 있었기에 한국 e스포츠는 세계 최고의 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 대회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이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파란 눈의 전사’들의 소식이 궁금하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을 추적해 보았다.

# 사업가로 변신한 기욤 패트리

외국인 선수 가운데 팬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선수는 바로 캐나다 출신의 프로토스 중심 랜덤 유저인 기욤 패트리다. ‘세계 최강’으로 통하던 그는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마치 조각상을 깎아놓은 것처럼 준수한 외모로 항상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다. 특히 스타리그 초창기 저그가 절대 강세를 보이던 시절,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다크템플러’ 게릴라로 저그를 무너뜨려 나가는 그의 플레이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2000년 5월에는 하나로통신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연말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의 주가는 상종가를 쳤다. 당시만 해도 국내 프로게이머들에게도 ‘Grrrrr...’라는 그의 아이디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같은 성공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코리아 드림’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그도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었다.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더니 지난해 초 연봉문제로 소속팀과 결별했다. 이후 방송리그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한 그에게는 사실상의 은퇴나 다름 없었다. 급기야 올초에는 프로게이머 자격이 정지되면서 스타리그 무대와는 완전히 결별을 하고 말았다. 다만 지난해 열린 WCG에 캐나다 대표로 참여한 것이 그가 스타리그 무대에 모습을 보인 전부였다.

기욤은 은퇴 이후 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해 인터넷 사이트인 ‘게이머럭셔리닷컴’을 개설, 자신이 한국지사장을 맡은 미국 마우스업체 레이져(RAZOR)의 마우스와 마우스패드 등의 게임용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 사업에 실패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국내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던 시절 단짝이었던 베르트랑과 함께 겜블링 관련 사업을 새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프로겜블러 변신한 베르트랑

빨간 머리에 두툼한 썬그라스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프랑스 출신의 베르트랑 그로스펠리에는 프로겜블러로 변신했다. ‘처절 테란’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끈질긴 승부근성을 보이던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그대로 살린 것으로 보인다.

올 초까지만 해도 e네이쳐스톱 소속으로 활동했던 베르트랑은 국내 생활을 시작하던 2002년까지만 해도 과감한 멀티를 바탕으로 쏟아내는 엄청난 물량 공세로 내로라 하는 프로게이머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기욤과 임요환이 ‘전략가’로서 스타리그 무대를 평정했다면 베르트랑은 당시만 해도 국내 무대에서는 낮설었던 ‘물량’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 최고 고수인 그가 한국에서는 거둔 최고의 성적은 2002년 10월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거둔 4위. 초반에는 그의 엄청난 확장력에 당황하던 프로게이머들이 점차 파해법을 찾아가면서 이후로는 본선 진출에 만족을 해야 했다.

그는 올초 프랑스로 돌아간 이후 유럽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커대회에 참가하며 프로겜블러 수업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포커대회인 WPT에 참가, 수천만원의 상금을 거머쥐는 등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 일상으로의 복귀

이밖에 초창기 세계 최고수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의 빅터마틴을 비롯해 한국에서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은 선수들은 대부분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빅터마틴은 현재 테니스를 취미로 즐기는 평범한 대학생이 됐고,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피터도 호주로 돌아가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빅터마틴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 스타리그 무대에서 뛰었던 미국의 미구엘밤바르는 국내 여성프로게이머와 결혼해 귀국한 이후 소식이 끊겼다.

한편 지난달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돌아간 피터는 지난 2003년 호주 대표로 WCG 결승전에 참가했다가 한국 e스포츠 무대의 매력에 빠져 눌러 앉은 케이스였다. 국내 무대에서는 지난 2003년 10월 MBC게임 팀리그에서 올킬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영어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생활을 지속해온 그의 은퇴 배경이 비자 문제와 생활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파란 눈의 전사’들을 국내 무대에서 다시 볼 날이 올 것인가. 세계적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어쩌면 실현 불가능한 꿈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제 2, 제 3의 기욤과 베르트랑이 등장할 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김순기기자(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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