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스타' 열기로 후끈
광안리 대첩 이통사 라이벌 빅매치
 
여름 바다를 한층 뜨겁게 달굴 e스포츠 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우선 오는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KTF매직엔스와 SK텔레콤T1간의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이 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10만 관중을 동원한 바로 그 장소에서 이통사 라이벌전이라는 최고의 빅매치로 치러지는 경기라 한여름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또 일주일 뒤인 8월 6일 저녁에는 ‘우주배 MSL’ 결승전이 기다리고 있다. 장소는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옆인 해운대. 부산팬들의 우상인 ‘영웅토스’ 박정석(KTF)과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한 마재윤(GO)이 프로토스와 저그 종족의 자존심을 내건 혈전을 벌인다.

뿌린대로 거둔다?

통합리그로 펼쳐진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 우승컵은 스타군단인 KTF매직엔스와 SK텔레콤T1 가운데 한 팀이 차지하게 됐다. 양팀은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양대산맥인 KTF와 SK텔레콤이 수십억원을 투자해 지원, 연봉 1억이 넘는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다.

그런만큼 양팀은 평소에도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온 숙명의 라이벌. 더구나 구단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지는 대망의 결승전은 양팀 모두 절대로 질수 없는 경기다.
전력상으로도 양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엇비슷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KTF매직엔스는 강민과 박정석을 비롯해 홍진호, 변길섭, 김정민, 조용호 등이 막강 엔트리를 구성하고 있고, SK텔레콤T1에는 임요환과 박용욱을 비롯해 박태민, 전상욱, 성학승 등이 주축을 형성하며 백중세를 이루고 있다.

# KTF 단체전, SK텔레콤 개인전 강세

KTF매직엔스가 단체전에 강세를 보이는 반면, SK텔레콤은 개인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플레이오프전까지의 전적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개인전에서 박용욱과 전상욱이 각각 6승을 챙기고 임요환, 박태민이 각각 4승을 거두면서 20승을 합작했다. 개인전 총 전적은 21승 6패. 프로리그 1라운드를 통틀어 개인전 최강의 기록이다.

SK텔레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연성이 1라운드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해 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 하지만 SK텔레콤은 최연성의 공백을 임요환을 비롯한 주전들이 고르게 활약하며 메워주고 있다.

 팀플전 성적이 그저 그런 점이 SK텔레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팀플의 주축이었던 이창훈을 삼성전자칸에 이적시킨 이후 만든 새로운 팀플조합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윤종민이 5승으로 팀내 최고 승수를 올렸고, 고인규 4승, 임요환과 성학승이 3승씩을 거둔 것이 내세울만한 팀플 전적의 전부다.

반면 KTF는 개인전보다는 팀플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조용호, 김정민, 홍진호, 박정석 등 4명을 주축으로 16승 4패의 팀플 전적을 만들어 냈다. 전지훈련을 통해 다진 전승우승의 각오에서 뿜어져 나오는 탄탄한 팀워크도 KTF가 내세우는 강력한 힘이다.

다소 불안한 점이 있다면 정규리그 10경기 가운데 6경기를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진땀승을 거둔 것. 하지만 KTF에게는 ‘에이스 결정전의 사나이’ 강민이 버티고 있다. 강민은 6번의 에이스결정전에 나서 모두 승리, 팀의 전승을 이끌었다.

결국 이번 결승전은 SK텔레콤이 단체전을 얼마나 잡아내느냐와 KTF가 개인전에서 어느 정도의 승수를 쌓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 두번의 실패는 없다

KTF매직엔스는 이번이 2번째 전승 우승의 기회다. 첫번째 기회는 지난 시즌 3라운드. 8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으나 KOR에 통한의 패배를 당하며 기회를 놓쳤다. 더구나 그날의 패배로 KTF는 게임계의 레알마드리드라고 불리우는 초호화 군단임에도 단체전인 프로리그에서는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KTF로서는 이번 기회를 더욱 놓칠 수 없다. KTF 감독과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두번의 실패는 없다’며 전승우승을 벼르고 있는 것도 이런 쓰라린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수영 감독은 “꼭 우승해서 지난해 무관의 설움을 털어버리겠다. 지금은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이번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나 SK텔레콤이나 요즘 선수들 컨디션이 최상이라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4, 5경기가 승부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T1도 이번 광안리 대첩이 2번째 도전이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에서는 한빛스타즈에 아쉽게 패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SK텔레콤 역시 KTF와 마찬가지로 ‘두번의 실패는 없다’며 우승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주훈 감독은 “올해는 작년과 같은 실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상대팀이 같은 통신업계 라이벌이라 절대 질 수 없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주감독은 이어 “서로가 쉽게 생각할 팀이 아닌만큼 재미있는 승부가 나올 것 같다. 승부처는 곳곳에 숨어있다. 매경기를 승부처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해 우리팀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우승컵을 안겨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해운대 열전은
박정석 · 마재윤의 양보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
 
‘스카이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부산 해운대에서 또 한번의 빅 이벤트가 펼쳐진다.

8월 6일 열리는 ‘우주배 MSL’ 결승전이 바로 그 것. 부산불패의 사나이 박정석(KTF)과 승자조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선착한 마재윤(GO)의 한판 대결이다. 마재윤은 개인전 결승 진출이 처음이다. 지난해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예비 스타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결승에는 처음 올랐다.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는 우승 경험이 있는 ‘영웅토스’ 박정석도 MSL 결승에는 처음 올랐다. 두 선수 모두 우승에 목이 마를대로 말라있는 선수들이라 후회 없는 멋진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 MSL 결승전 첫 저그대 프로토스전

이번 결승전은 MSL 사상 처음으로 저그와 프로토스 간의 대전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MSL 결승무대는 테란과 저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이윤열과 최연성 등 테란유저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 패자조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결국 결승전에는 프로토스와 저그가 오르게 된 것. 종족 상성상으로는 저그가 약간의 우세를 점하고 있는 데다 마재윤은 이미 승자 4강에서 박정석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터라 온게임넷에 이어 MSC게임 스타리그에서도 저그의 우승을 조심스레 점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마재윤은 16강전에서 이윤열을 격파한데 이어 전태규와 박정석, 조용호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전승으로 일찌감치 결승행을 확정지었을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반면 박정석에게는 이번 결승전이 자신을 패자조로 내려보낸 마재윤에 대한 복수전이다. 더구나 박정석에게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든든한 무기가 있다. 바로 ‘부산불패’의 신화다.

박정석은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오래만에 선 결승 무대인 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꼭 우승하겠다”며 복수의 칼을 꺼내들었다. 또 마재윤은 “저그보다는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게 편하다”며 일찍부터 박정석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정석이 ‘영웅’답게 부산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MSL 우승컵을 거머쥘지, 아니면 마재윤이 박정석에게 또다시 패배의 아픔을 안겨주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릴지, 그 결과에 해운대 모래사장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순기기자(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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