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에서 만난 테란과 저그
 
곧 ‘에버 2005 스타리그’ 결승전이 열린다. 장소는 일산의 한국국제전시장(KINTEX). 주인공은 사상 최강의 저그라 평가받는 ‘투신’ 박성준과 최근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테란유저인 ‘골든보이’ 이병민이다.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할까?

이병민은 메이저대회에서 4위만 3차례를 차지한 끝에 이번에 첫 결승 진출의 기회를 잡았다. 스토브리그 이후 무려 80%에 육박하는 승률을 올리며 무서운 포스를 발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상대는 대 테란전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성준이다. 4연속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한 가운데 3번을 결승에 진출한 무서운 저그인지라 일단은 박성준에게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이번 시즌에 사용되는 맵도 저그에게 힘을 실어준다. 이병민의 기세가 무섭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박성준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박성준이 승자로서 환호하는 모습이 쉽사리 그려지지는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저그가 결승전에서 테란을 만나서 승리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징크스가 있는 때문이다. 지금까지 결승전에서의 저그 대 테란전은 총 6차례가 있었지만 저그는 한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세트 스코어도 통산 15대 5로 테란이 앞서고 있으며 테란이 3대 0으로 승리한 경기도 3차례나 있었다.

박성준이 질레트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저그 종족으로서는 최초로 달성한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 때 박성준은 강력한 테란을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결승전 상대는 테란이 아니었다. 또 그 다다음 시즌인 아이옵스배 결승전에서는 ‘천재테란’ 이윤열에게 3대 0으로 어이없이 무너진 바 있다.

이러한 저그의 저주를 풀기 위해 박성준은 또한번의 도전을 하는 셈이다. 상대는 결승전에 처음 오른 이병민. 게다가 맵도 저그편이고 박성준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홍진호가 서지훈을 상대했을 때, 또 조용호가 이윤열을 상대했을 때의 기억들이 ‘저그는 결승에서 테란을 이길 수 없어’라고 음산하게 속삭인다.

이제 한 주 남았다. 과연 테란 유저인 이병민이 저그를 또다시 제물로 삼아 우승자 클럽에 진입할 수 있을지, 아니면 박성준이 이병민을 누르고 오랜기간 짓눌러온 결승전에서의 테란전 징크스를 부수고 스타리그 2연패를 달성, 최강 저그로 우뚝설지 결과가 궁금해 진다.
 
게임해설가(next_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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