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전지훈련’까지 감행. 3대0 싱거운 승부에 ‘물거품’
공격-수비패턴 꼭 익혀야할 필승전략 사사
 
머릿끝이 쭈빗쭈빗해졌다. 일종의 전율이 일었다. 해외 출장을 여러번 다녀왔지만 이처럼 경이로운 적은 없었다.

일본 도쿄 도청앞에 자리 잡은 게이오 플라자 호텔에선 인터넷이 공짜였다. 데스크에 모뎀 설치를 부탁하자 10Mbps급의 ADSL이 열렸다. ‘그래도 설마…’하는 마음으로 ‘프리스타일’ 아이콘을 클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0.82버전 업데이트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업데이트가 끝나자 ‘모두 함께…’로 시작하는 익숙한 ‘프리스타일’ 배경음악이 울려퍼졌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삼성전자의 초청으로 방문한 일본 도쿄.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에도 밤이면 호텔에서 ‘프리스타일’에 접속했다. 시공을 초월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력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애국심같은 뭉클한 감정도 불끈 불끈 치솟았다.
 
# 화랑과 마지막 결전
 
이제 자신감은 충만했다. 일본 원정훈련까지 마친 마당이라 거칠 것이 없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오전, 난 화랑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메신저에 화랑은 다소 당황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1시간 정도 기다려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화랑은 여전히 무서운 상대였다. ‘고수에게 배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출전했던 ‘조이시티 리그’에서 최근에 우승했고, 3월과 4월, 5월 등 3개 리그 챔피언들이 겨루는 왕중왕전을 앞두고 맹훈련 중이었다.

한시간 정도 ‘연습모드’에서 마지막 훈련을 끝내고 드디어 화랑과 맞닥뜨렸다. “봐주는 것 없어….”

화랑과 마지막으로 딱 3판만 겨루기로 했다. 적어도 1판만 이겨도 대성공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승부는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첫번째 경기에서 단 한번의 슛을 성공시켜 29대2로 대패한 난, 두번째(31대6) 세번째 경기(35대2)에서도 영패만 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달전 화랑을 처음 만났을 때 악몽이 고스란히 재현된 셈이다. 한달 남짓 ‘프리스타일’에 매달린 세월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네요.”

화랑이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그는 협력플레이가 중요한 ‘프리스타일’에서 1대1 승부는 무의미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래도 패배는 패배였다. 그것도 완벽한 패배.
화랑은 마지막으로 ‘프리스타일’을 잘하는 팁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번째 너무 승부에 집착하지 마라.
두번째 포지션의 특성을 잘 간파하라.
마지막으로 협력플레이에 인색하지 마라.

스포츠처럼 스포츠게임도 심리 상태가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마음을 비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기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플레이를 그것도 개인보다 팀 위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 그가 말하는 마지막 필살기
 
그러나 화랑의 팁은 너무 원칙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진짜 마지막이라는 단서를 달고, 좀더 구체적인 슈팅가드의 필승전략을 사례별로 물어봤다. 그동안 경기를 하면서 궁금했던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슈팅가드의 공격패턴이었다. 센터의 골밑슛과 가드의 3점슛 성공확률이 높은 이 게임에서 슈팅가드의 3점슛 시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실패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 슈팅가드의 3점슛 실패가 이어지면 경기에서 십중팔구 패하기 때문이다.

화랑은 레이업슛과 미들슛 참여를 적극 권유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외곽에서 골밑을 파고 들며 하는 레이업슛이나 노마크 상태에서 미들슛은 의외로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주로 포워드가 던지는 미들슛도 프리드로우 라인 근처 45도 방향에서 던지면 쉽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물론 레이업슛이나 미들슛의 경우 남발은 금물이다. 몇번 슛을 성공해 수비가 집중되면 동료에게 패스를 반복해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버튼을 눌렀다가 떼는 타이밍으로 슛의 성공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주변상황과 능력치에 따라 결정된다. 이 주변상황과 능력치는 마치 리듬과 같아서 2∼3번 연속으로 슛이 안들어가면 그 판의 슛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낫다.

슛은 골밑이든 3점라인이든 잠시 기다릴 필요가 있다. 바로 슛을 날릴 경우 블록 당할 위험이 크지만 잠시 멈칫거리면 상대가 십중팔구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공격패턱과 함께 슈팅가드만의 수비패턴도 중요하다. 일단 리바운드에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슈팅가드 캐릭터를 가진 게이머들은 한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다.

화랑은 과감하게 참여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센터가 리바운드를 맡고, 포워드가 보조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키가 작은 가드는 리바운드 확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리바운드에 신경쓰다 상대 가드의 3점슛을 허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슈팅가드는 리바운드 상황에서 <W>키(스크린)로 상대 캐릭터의 골밑 진입을 봉쇄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상대편 센터가 들어오는 길목을 막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화랑은 팀구성에서도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적어도 자신의 팀에 센터가 없어서, 포워드가 센터를 마크해야 한다면 과감하게 ‘나기기’ 버튼을 눌러라고 했다. 상대 센터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외곽에서 돌리다가 골밑 센터에게 패스해 골밑슛을 던지거나 수비가 집중되면 외곽 가드에게 돌려 3점슛을 노리는 ‘프리스타일’의 일반적인 공격패턴을 감안하면 슈팅가드는 센터와 짝을 이루는 것이 ‘찰떡궁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초보라면 <A>키(돌파)를 잊으라고 했다. 개인기로 돌파하려다 상대에 스틸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냥 슛이나 패스를 하든지, 페이크로 상대를 공중에 띄운 이후에 드리블하면 된다는 것이다.

화랑의 필승전략은 명쾌했다. 그동안 경기를 하며 왠지 모르게 가려웠던 곳이 시원하게 풀리는 기분이랄까.

다시 한번 마음을 다독였다. ‘청출어람’은 물 건너갔지만 스승 화랑이 있어 든든했다. ‘고수에게 배운다’ 시리즈가 끝나도 개인적으로 화랑에게 사사받기로 해 더욱 그랬다.
화랑에게 꼭 우승하라고 격려했다. 제자가 스승을 격려하는 모양새가 그랬지만…. 어쨌든 화랑과 온라인상에서 종종 만나기로 했다.

‘고수에게 배운다’ 시리즈가 끝나더라도 당분간 ‘프리스타일’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프리스타일’에 접속하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난 이미 중독 초기다.
 
장지영기자(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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