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니 예리한 '호랑이 선조'
 
‘샤벨타이거(Saber-tiger, 劍齒虎)’는 엄청나게 긴 송곳니를 가진 육식동물이다.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유명하지 않고 콘텐츠에서 흔히 사용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독특한 외모와 함께 호랑이의 선조라고 알려지면서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에서 가끔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몬스터로 널리 알려졌다. 과거 실제 존재했던 생물이 몬스터로 등장한 것은 극히 드문 사례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리니지’의 25레벨 몬스터 중 다음과 같은 외모를 지닌 동물이 등장한다. 호랑이를 닯았으나 무늬가 없고 덩치는 사자보다 크며 얼굴보다 두 배나 긴 송곳니를 가진 동물. 하지만 겉 보기와 달리 의외로 약해 유저들이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사냥을 당하면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빨간 물약을 자주 떨어뜨리기 때문에 유저들이 선호하는 몬스터다. 이 몬스터의 이름은 샤벨타이거. 실제로 빙하기 시대에 존재했던 육식동물이며 학명은 ‘샤벨 투스 타이거’인데 우리나라에서 이 이름이 변질돼 샤벨타이거 혹은 사벨타이거라고 지칭한다.

이 외에도 검치호랑이, 칼이빨 고양이, 스밀로돈, 사벨투스 등 다양한 명칭이 붙어 있다. 일반적으로 샤벨타이거와 스밀로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이 동물은 북아메리카와 남미 지역에서 살았으며 신장은 3미터였고 몸무게는 1톤에서 1.2톤이나 나갔다.

육식 동물이 이 정도 덩치를 가졌다면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당시에는 귀여운(?) 존재였다. 만약 오늘날까지 생존했다면 사자와 호랑이 위에 군림하며 먹이 피라미드 패왕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 느리고 겁 많아 멸종
 
역사적으로 샤벨타이거는 1500만년에서 2000만년 전부터 진화해 온 여러 고양이과 그룹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동물은 몸집이 크고 느리게 움직이는 초식 동물들이 점차 줄어듬에 따라 덩달아 숫자가 줄어들었다. 샤벨타이거는 행동이 느렸고 재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다른 고양이과 육식 동물과의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샤벨타이거는 조금씩 숫자가 줄었고 마침내 멸종됐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극소수와 새로운 유전자로 변종된 종류가 호랑이와 사자로 새롭게 진화한 것이다.
 
# 공룡들에게 설 땅 뺏겨
 
샤벨타이거의 특징은 호랑이와 유사하다. 90도로 벌어질 수 있는 강력한 턱과 면도날같은 이빨, 짧은 얼굴 등이 그것이다. 특히 단검같은 위력을 가진 송곳니는 당시 어떤 육식 동물보다도 막강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빨만 그랬다. 제 아무리 날카로운 명검이라도 휘두르지 않으면 녹슨 부엌칼만 못한 법. 동작이 느려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동 시대에 샤벨타이거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밟아 버릴 수 있는 거대한 공룡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그다지 큰 활약은 하지 못했다. 일부 학설에서는 겁이 많고 다른 동물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에서 잠을 잤다는 말까지 있다(실제로 표범이나 치타 등은 나무 위에서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근래에 들어 샤벨타이거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캘리포니아에서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다. 당시 캘리포니아의 라브 동굴에 타르 광산이 있었는데 어느날 북아메리카에 서식했던 샤벨타이거의 화석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이때부터 샤벨타이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생김새가 호랑이와 유사했지만 1미터도 넘는 송곳니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의 특촬물 ‘파워레인저’에서 이빨이 긴 호랑이 로봇이 등장하는 것도 샤벨타이거의 외모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또 공룡시대를 그린 삽화나 상상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중의 하나가 바로 샤벨타이거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