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넘은 전사들의 '빅매치'
 
‘에버 스타리그 2005’ 왕좌를 향한 프로게이머 8명의 숨막히는 열전이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앞선 16강전에서 이윤열을 비롯 홍진호와 박용욱 등 현역 최고의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한 만큼 이번 8강전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전 예상된다.

# 선수 기량 바늘 끝 차이

우선 8강의 면면을 보자면 4대 천왕과 신4대 천왕의 명암이 엇갈렸다.

4대천왕 중에는 박정석이 유일한 8강 진출자다. 신 4대천왕의 경우 강민을 제외하고 최연성과 박태민, 박성준이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윤열은 전대회 우승자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홍진호는 재경기까지 갔지만 끝내 폭풍저그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대회 출전 및 프로 경력, 우승 경험 등 명성을 떠나 백짓장만큼 얇아졌음을 보여준다. 8강에 진출한 퍼펙트테란 서지훈의 경우 홍진호, 손영훈과 재대결을 벌여 한장 남은 티켓을 천신만고 끝에 따냈고, 저그대왕 박성준 역시 재경기 끝에 간신히 올라왔다. 서지훈은 경기 직후 “우여곡절 끝에 8강에 올라온 만큼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반드시 4강에 올라가겠다”며 8강 진출이 어려웠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 이병민과 최연성 발군 기량 선봬

반면 주목할 만한 선수도 분명히 눈에 띈다. 바로 최연성과 이병민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중계약 파문과 이에따른 징계로 심적 고통이 상당했을 최연성이 예의 그 흔들림없는 뚝심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회로부터 받은 통합리그 출전 정지 처분을 마치 개인전에 전념하라는, 뜻하지 않은 기회(?)로 받아들인 듯 죽음의 조 A조에서 3연승을 거뒀다. 되려 홀가분한지 플레이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병민의 기량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무섭다. 3전 전승으로 올라왔고 3경기 모두 전략과 컨트롤 등에서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해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한 후 와신상담해 온 모습이 역력하다. 4명의 테란이 8강에 진출해 테란 강세가 두드러진 이번 대회에서 그는 최연성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팀 이적 후 자신감까지 겸비해 더욱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는 박태민과 신예 중 유일하게 8강 진출에 성공한 변형태도 이번 8강전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하게 만드는 선수다.

# 4경기 모두 빅 매치

8강 대진은 더욱 재미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에 버금가는 빅카드다.

8명의 선수 중 유일한 프로토스 박정석과 저그의 달인 박태민의 대결. 박정석은 비슷한 상황에서 우승했던 ‘2002 스카이배 스타리그’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팀 이적 후 첫 시즌에서 보란듯이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박태민의 의욕도 대단하다.

최고의 테란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최연성과 서지훈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지난대회 8강 진출 실패를 만회하고 우승을 노리고 있는 최연성과 ‘올림푸스배 스타리그’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서지훈의 대결은 테란 대 테란의 최고 빅카드.

전 대회인 ‘아이옵스 스타리그’에 이어 8강에서 또 다시 맞붙게 된 이병민과 전상욱의 대결도 놓칠 수 없다. 끈끈한 친분으로 유명한 두 선수는 다시 한번 4강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인다.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병민을 맞아 전상욱이 지난 대회 때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스타리그 첫 진출자로 유일하게 8강에 진출한 변형태. 이에 맞선 대전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에버 스타리그 2005’ 8강전은 지난 20일 첫 경기에 이어 오는 27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두번째 경기가, 그리고 다음달 3일에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다.

표-EVER 스타리그 2005 8강 대진표
최연성(테란) vs 서지훈(테란)
박성준(저그) vs 변형태(테란)
이병민(테란) vs 전상욱(테란)
박정석(프로토스) vs 박태민(저그)
 
임동식기자(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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