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 낭비한 코메디 영화
외딴섬서 벌어지는 성·세대간 충돌.. 캐스팅 언밸런스 '눈살'
 
‘마파도’는 상황의 언밸런스를 만들기 위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남자들을 남해의 외딴 섬으로 내려 보낸다. 도시·시골의 공간적 충돌이다. 서울에서 내려간 남자들과 부딪치는 사람은 섬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다.

남녀의 성적 충돌에, 청년·노인의 세대적 충돌이 겹쳐진다. 더구나 서울에서 내려간 두 명의 남자는 각각 경찰과 조폭이다. 전혀 상반되는 특성을 가진 직업군의 충돌이다. 더구나 영화의 출발이 되는 것은 160억원이 당첨된 로또 복권 영수증을 다방 여종업원이 가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복권 영수증의 주인은 전직 조폭 보스다. 거액의 돈을 둘러싸고 돈을 뺏긴 자와 빼앗은 자가 대립한다.

자, 이렇게 ‘마파도’를 구성하는 기본 배경은 여기저기서 상이한 요소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외형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기초공사가 끝났으면 그 다음 단계는 이런 기본 요소들이 충돌하면서 얼마나 개성적 캐릭터를 창조해 웃음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선, 섬에 거주하는 다섯 명의 할머니들을 보자. 섬에 자기 발로 굴러 들어온 건장한 청년들에게 배불리 음식을 먹여 넣고 밭일을 시키려는 여운계, 거칠고 무뚝뚝한 행동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김을동, 온갖 상스러운 육두문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내들의 기를 팍팍 죽이는 김수미, 그리고 누구보다 청년들의 육체에 관심이 많으며 은근히 자신의 여성성을 과시하려는 김형자 등은 각각 상이한 캐릭터로 이합집산하며 웃음의 놀이판을 벌이기에 부족하지 않다.

로또 복권 영수증을 들고 도망친 다방 여종업원 장미를 잡기 위해 그녀의 고향인 남해의 섬 ‘마파도’로 들어간 두 명의 사내는 경찰 이문식과 조폭 이정진이다. 키가 훤칠하고 도회적인 얼짱 스타일인 이정진과 키가 작고 시골 사내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경찰 이문식은 외형적인 면에서 큰 대조를 이룬다. 5명의 할머니들 비중이 줄어들었다면 전형적인 버디 무비 공식을 따를 뻔 했다.

경찰 이문식은 거액의 반을 받는 조건으로 조폭 보스인 오달수의 심복 이정진과 마파도에 들어간다. 일주일에 한 번 배가 오는 오지의 섬이기 때문에 그들은 다음 배를 타고 나가기 위해서는 일주일동안 섬에 머물러야만 한다.

더구나 찾고 있는 장미의 흔적도 없다. 영화의 대부분은 그 일주일동안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마파도’는 수평선으로 가로막힌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섬이나 눈사태로 고립된 산장처럼 추리적 구조에서 흔히 쓰는 폐쇄 공간 모티브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파도’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캐스팅이다. 우리가 흔히 한 작품의 주인공급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배우들도 이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공공의 적’에서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하며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 뒤 ‘황산벌’에서 거시기로 대중적 지명도를 획득하기는 했지만, 한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급으로서는 첫 번째 캐스팅이다.

이정진 역시 ‘해적 디스코왕 되다’같은 작품에서 영화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현재 주류 영화의 캐스팅 대상은 아니다. 더구나 60대를 전후로 걸쳐 있는 노장 여자 배우들이 젊은 배우들의 상대역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마파도’의 캐스팅은 기존 주류 영화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는 이색적인 부류의 인물들, 배우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상황의 언밸런스 조성이나 독특한 개성적 캐릭터의 창조까지는 남 못지않게 공을 들인 이 영화가 그 다음 단계부터 비틀거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이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만나 웃음의 업그레이드를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감독은 훌륭한 기초 자료들을 수평적으로 나열만 하고 있다.

좋은 재료들이 씨줄 날줄로 결합되면서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 수도 있었을 만큼 기본 발상은 재미있지만, 그것을 유지 지속하고 확대시키는 데는 연출의 내공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