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쾌감 주는 꽉 짜여진 드라마
맥그래스 소설 영화화…명배우와 힘있는 연출 발군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는 피터 맥그래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시체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토론토 영화제 최우수 캐나다 영화상을 수상했다.

‘스파이더’는 사회복귀 시설에 머물면서 다시 정상적인 일반인들과 섞여서 세상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현재의 스파이더와 10살 소년 시절의 스파이더의 모습이 교차 편집으로 진행된다. 카메라는 부드럽고 느리게 움직인다. 서서히 카메라는 움직이면서 비밀의 핵심에 다가가며 사건의 본질에 접근한다.

왜, 소년 스파이더는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수감돼야 했을까? 그는 헛간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펍에서 본 매춘부의 섹스를 목격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매춘부를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한다.

이제 어머니의 자리에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그러나 훨씬 천박한 매춘부가 있을 뿐이다. 소년은 그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어쩌면 다음에는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가 할 일은 모든 악의 근원인 매춘부를 살해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매춘부를 1인 2역으로 연기하게 한 감독의 의도도 관객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란다 리차드슨이 1인 2역한 엄마와 매춘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분명히 같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짐작하는 것처럼 그들은 한 사람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소년 스파이더의 상상이다. 그렇다면 왜 스파이더는 갑자기 집에 있는 여자가 어머니가 아니라 매춘부라고 생각했을까?

영화는 그것이 핵심이다. 소년들은 자신의 부모를 완벽한 이상형으로 바라본다. 아버지는 세계의 한 복판에 있는 힘센 영웅이고 어머니는 모든 사랑을 품어 안은 절대적 인간이다. 그런 그들이 섹스를 한다는 것을 소년은 상상할 수가 없다.

더럽고 음탕하게 섹스를 하는 사람은 분명히 어머니가 아니라 창녀인 것이다. 부모의 섹스를 목격한 어린이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방금 자기가 본 현실을 다른 것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그 충격을 이겨나갈 수 없다.

스파이더가 집에 있는 어머니를 매춘부로 착각하는 것은 부모의 섹스를 목격한 이후부터다. 그것이 세계의 충격을 나름대로 흡수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자애롭고 인자한 어머니의 섹스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섹스를 하는 사람은 분명히 펍에서 본 담배를 피우던 진한 화장의 매춘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여자가 우리 집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죽여야만 했을 것이다. 상상은 현실이 되고 그것은 확고한 믿음으로 자리를 잡는다.

중심인물인 성인 스파이더 역의 랄프 파인즈를 비롯해서 어머니 역의 미란다 리차드슨이나 아버지 역의 가브리엘 번은 물론 어린 소년 스파이더 역의 브래들리 홀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을 이들 4명이 끌고 간다. 그러므로 4명 연기자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스파이더’는 좋은 배우들의 연기 호흡과 정체를 힘있게 장악하고 있는 연출에 의해 우리들로 하여금 꽉 짜여진 드라마를 볼 때의 심리적 쾌감을 안겨 준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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