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미래 예언하는 상상력의 모험
2차대전 배경의 SF 영화…부조화의 조화 돋봬
 
참 이상하다. 이 영화는 올드 패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SF 영화처럼 만들어졌다. 아니, SF 영화다. 그런데 시간적 배경은 1939년이다. 그럴 수 있을까? 인류의 과거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케리 콘랜 감독의 야심찬 데뷔작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낯설고 이질적이면서도 동시에 낯익고 친근한 분위기로 넘쳐 난다. 어떻게 이런 모순적 조합이 가능할까.

1939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2차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을 때 뉴욕에서 6명의 과학자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취재 중인 여기자 폴리(기네스 펠트로)에게 제닝스 박사가 나타나 다음 납치될 사람은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제닝스 박사는 ‘토튼코프’라는 알 수 없는 단어를 남기고 죽고 거대한 로봇이 뉴욕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로봇과 결투를 벌이던 스카이 캡틴 조(주드 로)는 3년 전에 헤어진 옛 연인 폴리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이 거대한 음모 뒤에 천재 과학자 토튼코프가 있다는 것을, 그는 세계의 종말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스카이 캡틴의 양쪽에 배치된 천재공학자 덱스(지오바니 리시비)와 애꾸눈 여자 해군 사령관 프랭키(안젤리나 졸리)는 각각 지성과 야성으로, 지적 두뇌와 물리적 육체로 주인공을 도와 세계를 파멸의 위기에서 구해낸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보고난 뒤 느끼는 기묘한 느낌은 부조화의 조화 때문이다. 영화적 내러티브는 너무나 낯 익은 것이다.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미친 과학자, 그의 손에서 세계를 구하는 두 남녀.

이런 관습적이고 익숙한 장치들은, 그러나 1939년의 뉴욕 하늘에 거대한 비행선을 띄우고 괴물 같은 이상한 로봇을 행진하게 하는 연출의 의도로 익숙한 모든 것들은 낯설어진다. 화면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아련한 파스텔 톤으로 뒤덮여 있다. 사물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한 안개로 가려져 있다. 그런 복고적 양식 속에서 미래적인 사물들이 등장한다.

주드 로와 기네스 펠트로는 올드 패션으로 무장해 있지만 그들은 복고적 향취를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발산하면서 동시에 가장 모던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낡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미래적인 패션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느끼는 이 어리둥절함은 너무나 익숙한 형식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케리 콘렌의 실험정신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이런 실험적 형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복고적 장치가 안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매우 의외적인 사건이다.

CG를 이용해서 1930년대의 뉴욕에 미래적 분위기를 접목시켰지만 그러나 너무 낯설지 않게, 의도적으로 적당히 어설프게, 화면은 구성돼 있다. 그것은 현대의 관객들이 경험적으로 혹은 기억 속에서 공유하고 있는 과거를 단절시키지 않고 부드럽게 미래와 접목시키겠다는 감독의 의지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전략은 성공했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언하는 상상력의 모험이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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