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자   닭의 해인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육십갑자(六十甲子)의 룰에 따라 꼭 60년만에 을유년이 우리 앞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자고로 을유년엔 크고작은 일이 참 많았던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을유년인 1945년은 우리 민족에겐 아주 의미가 큰 해이다. 일제 36년간의 치욕 속에서 해방된 기쁨도 잠시, 남북분단이란 비극의 역사를 시작한 것이 다름아닌 1945년 을유년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간의 힘의 역학관계에 의해 한민족은 아직까지도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그로부터 다시 60년전인 1885년 을유년엔 영국함대가 전라남도 남쪽 바다에 속한 거문도를 불시에 점령했다. 러시아의 남진을 겨냥한 영국의 대응 전략이란 미명 아래 힘없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세월은 변했고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 게임시장을 보노라면 새삼 지난 을유년의 안 좋은 역사들을 유추하게 만든다. 미국, 일본 , 중국 등 주변의 온라인게임 강대국들은 호시탐탐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WOW’란 미국의 ‘신무기’앞에 대다수의 국내 중소 게임업체들이 사시나무 떨 듯 한다. 그런가하면 막강 자본을 무기로 전도유망한 국내 게임 개발사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일 태세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 하나로 ‘종주국’이란 호칭을 들을 정도로 신화를 창조한 민족이다. 전통적인 게임강국들이 한국시장을 노린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세계 만방에서 온라인게임의 진수를 선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콘솔왕국으로 불리우는 일본마저 온라인게임에 관한한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게임과 개발사들을 면밀하게 벤치마킹하고 있을 정도다. ‘한류’의 위력이 게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문제는 자만이다. ‘종주국’이라며 우리가 미리 삼페인을 터트리는 사이에 중국은 어느새 턱밑까지 따라왔다. 세계 게임산업의 양강임에도 한국 온라인 시장에선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미국과 일본도 “이젠 해볼만하다”며 단단히 벼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주국’이란 자만심에 빠져 점차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 인터넷이란 용어조차 생소했던 90년대 중반에 라면을 끓여먹으며, 밤샘 개발을 했던 ‘헝그리정신’을 가진 개발사를 찾기 어렵다. 원래 닭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양(陽)의 동물이다. 우리 게임업계가 을유년 새해를 맞아 다시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프론티어 정신으로 재무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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