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R, 자충수 두나??
 
CCR(대표 윤석호)이 오픈베타테스트 중인 ‘RF온라인’을 이르면 내달 중순 께 유료로 전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이미 ‘RF온라인’이 오픈베타를 시작한지 불과 보름 정도 지난 이달 초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포착됐다. 주변업계에서는 벌써부터 CCR이 ‘RF온라인’ 조기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특히 CCR 내부에서도 연일 사내 관계자 회의를 통해 어떤 형태로 상용화를 할 것인지, 상용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급기야 윤석호 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10월 중순이나 11월 중순에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확인해 줬다. 윤사장은 이에 대해 “동시접속자가 13만명에 달하는 시점에 유료로 전환할 예정인데 벌써 9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10월 중순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CCR은 실제로 10월 유료화를 타깃으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오래전부터 PC방 배급망 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온데 이어 최근에는 유료화에 대비한 결제시스템 구축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전부터 거금을 들여 개발해온 게임인데다 오픈베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수익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다.

이같은 계획대로라면 ‘RF온라인’은 오픈베타에 나선지 불과 2개월 만에 상용화를 단행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6개월 이상의 오픈베타 기간을 거친 것과 비교하면 아주 파격적인 사례다.

# ‘RF온라인’은 미완의 게임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을 하루라도 빨리 수익모델로 연결시키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RF온라인’은 아직 상용화를 거론할 만큼 완성된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RF온라인’이 비록 그동안 보지 못했던 SF MMORPG라는 점과 광산을 둘러싼 종족간 쟁탈전을 내세운 색다른 게임이라는 점에서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픈베타에 나선 이래 매일 하루에 2시간씩 점검을 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유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CCR이 최고의 게임요소로 내세우고 있는 종족간 전쟁 시스템은 종족간 밸런싱 부족으로 엉망이라는 평이다. 특히 틈만 나면 유저들을 광산으로 몰려들게 하는 경제시스템은 광산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전쟁시스템을 극악의 상황에 빠뜨리고 있어 아직은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기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더구나 숙련도라는 이색적인 캐릭터 육성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엄청난 숙련도 노가다를 유발, 유저들을 쉽게 지치게 하고 있는 등 아직은 손을 봐야할 부분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 왜 서두르나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은 스스로가 유료화에 상당히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오픈베타 때에는 유저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가도 유료화를 단행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오픈베타에 참여했던 유저들이 유료화 이후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비율이 30% 정도에 그친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게임사들은 한사람의 유저라도 더 남아있도록 하기 위해 섣부른 유료화 보다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더욱 주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CCR이 조기 유료화를 꿈꾸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과 게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자금난’을 그 이유로 꼽는다. ‘포트리스’로 벌어놓았던 자금이 기나긴 공백과 ‘RF온라인’ 개발비로 충당하면서 바닦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CCR은 실제로 한때 ‘포트리스’가 대박을 치면서 많은 수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인기가 곤두박칠치면서 무료게임으로 전환한 터라 현재는 이렇다할 수입이 없은 상태다. 더구나 CCR은 만화사업과 애니메이션 사업 등으로 무리하게 영역을 확장하다 실패하면서 입은 손실이 커 자금압박이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클베 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버티고 있는 것도 CCR로서는 커다란 압박이 아닐 수 없다. ‘WOW’의 경우 11월 한달간 오픈베타를 거쳐 12월에 상용화할 예정이라 오픈을 하게 되면 많은 유저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RF온라인’이 11월까지 오픈베타를 지속한다면 ‘RF온라인’ 유저들 대부분이 ‘WOW’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CCR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RF온라인’ 조기 상용화는 ‘WOW’가 오픈하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치겠다는 궁여지책인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윤 사장도 ‘WOW’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WOW’가 공격적으로 나오면 상용화 시기를 12월로 늦출 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어차피 게임성이나 그래픽 등 모든 면에서 ‘RF온라인’이 ‘WOW’와 맞대결을 펼쳐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CCR이 오픈베타에 나타난 ‘RF온라인’의 인기에 놀라 대박 환상에 빠졌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CCR 내부에서도 극소구 임원만이 ‘RF온라인’의 실제 동접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기는 하지만 CCR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동접수는 오픈베타 개시 20일만에 8만명을 돌파했다는 것. 조만간 13만을 넘어설 것이라는 윤사장의 기대도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 도박 일 지 아니면 대박 일 지는 지켜봐야

이같은 상황을 따져보면 CCR의 ‘RF온라인’ 조기 상용화 계획은 게임 자체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상황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도박적인 카드로 받아들여 진다. CCR로서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한이 있더라도 조기 상용화로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인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적으로 유저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다. CCR의 기대 대로 10월까지 유저수가 계속 급증하고 또 상용화 이후에도 모든 불만 요소를 덮어둔 채 ‘RF온라인’을 이탈하지 않고 남아준다면 ‘RF온라인’은 ‘리니지2’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대박 게임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반대로 상용화 이후 오픈베타족들이 대거 이탈하고, 때맞춰 오픈하는 ‘와우’ 열풍이 영향을 미친다면 ‘RF온라인’은 상용화 이후 쓴잔을 마셔야 했던 다른 여타 게임들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RF온라인’의 조기 상용화가 시기 적절한 선택이 될지, 아니면 성급한 자충수가 될지 유저들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순기기자(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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