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게임을 몰라도 된다면
 
모 게임업체 CEO가 이렇게 말했다. “전 게임은 잘 모릅니다. 사장의 위치에서 경영과 전반적인 진행 사항을 관리하는게 제 몫이죠. 굳이 게임을 잘 알 필요도 없던데요.”

 그는 게임은 몰라도 경영에는 별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자신의 나름대로의 경영론을 펼쳤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게임 개발자나 기획자 출신 CEO는 회사 경영에 능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많은 게임업체 CEO들이 대표자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며 2선으로 물러나는 추세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상품(게임)’에 대해서 만큼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 마케팅 담당자는 “게임 이벤트와 관련해 고위층과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 장르의 특성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설득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한 개발자는 “게임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들하는 것만 무조건 따라 하라는 압력도 적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십 만개의 게임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장르가 개발됐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컨셉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제 아무리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라 해도 3개 이상을 즐기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전문가의 입장이지 한 회사의 대표와는 처지가 다르다. 게임업체 CEO라면 적어도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곳의 게임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발전방향은 어디로 잡아야 할 것인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사의 게임조차 모르는 CEO가 수출하기 위해 바이어를 만나 어떻게 세일즈할 지 궁금하다. 종이로 된 자료는 읽어 외울 수 있겠지만 실제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게임 개발은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게임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대표 자리는 더욱 힘겹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게임은 상품이며,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기본이다. 불황이고, 시장이 어렵고, 매출이 낮다며 불평만 하지 말고 부모의 마음으로 자사의 게임부터 천천히 플레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게임업체 CEO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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