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e스포츠를 일군 '게임문화의 기수'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은 과연 어떤 게임일까? 수백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 여럿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게임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스타크래프트’가 될 것이다. 이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즐길 뿐만 아니라 e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게임이다.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e스포츠를 태동시키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이가 있다. 바로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44)이다.

지금도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 회장을 만나 초창기 e스포츠의 뒷 이야기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e스포츠를 이끌어갈 것인지를 들어봤다.

# ‘스타’가 안겨준 영광과 고뇌

김 회장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가 유통을 맡았던 이 게임은 90년 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방방 곳곳에 PC방이 들어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젊은이들의 오락으로 대중화 됐다.

당시 배틀넷을 중심으로 ‘스타 마니아’들이 경기를 벌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경기였다. 이러한 아마추어를 프로로 바꾼 것이 바로 게임단의 등장이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PC와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고 PC방 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게임이 젊은이들 여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프로게이머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프로게이머의 권익을 보호하고 직업으로써 인정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했지요.”

김 회장은 e스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당시 뜻을 같이하던 사람들을 모아 ‘한국프로게임협회(현 한국e스포츠협회)’를 결성했다. 협회는 e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음으로써 e스포츠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프로게임단 또는 프로게이머라는 말이 흔히 쓰여질 정도로 e스포츠가 많은 인기를 얻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 ‘게임은 그저 오락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했어요. 이러한 통념을 깨기 위해 정말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김 회장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경기가 열릴때마다 수만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들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e스포츠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단다.

# 게임단 만들어 e스포츠의 선봉장 역할

김 회장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2001년 직접 게임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최고의 팀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 게임단 얘기가 나오자 김 회장은 신이 난 듯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난 달 광안리에서 펼쳐진 ‘온게임넷 스카이 프로리그 2004’에서 한빛스타즈가 SK텔레콤 T1을 꺽고 우승을 거뒀어요. 이날 새벽에 현장에 나가있던 직원으로부터 우승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감격스러울 정도였지요. 우리 팀은 임요환이나 이윤열 등 그야말로 특급스타 하나 없는 상황에서 쟁쟁한 팀들을 물리치고 최강의 팀임을 보여준 것이니까요.”

한빛스타즈는 지난 2001년 결성돼 현존하는 프로게임단 중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하고 있는 명문구단 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 만큼의 지원에는 약간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단부터 이재균 감독을 주축으로 흔들림 없이 운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프로게이머들도 한빛소프트의 직원이라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김 회장은 “대기업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e스포츠가 분명 기업들로부터 긍정적인 가치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해당 프로게임단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e스포츠가 아직 프로야구나 프로축구가 태동했을 때와 같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e스포츠를 통해 당장 이익을 거두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비젼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e스포츠의 미래는 밝다

김회장은 e스포츠의 미래를 장미빛으로 그리고 있다. e스포츠는 이제 ‘청소년들만의 놀이’가 아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이자 스포츠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세계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과 칠레 등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더 나아가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해 정부차원에서의 활성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중이예요. 뿐만 아니라 대만, 러시아 등에서도 세계대회의 입상자들에게 올림픽 입상자와 동등한 대우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김 회장이 그리는 e스포츠의 미래는 무척이나 원대했다. 축구나 야구처럼 e스포츠도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스포츠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우리가 진정한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하에서 e스포츠를 더욱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필요로 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문화부에서 주최하고 협회에서 주관하는 ‘e스포츠 발전포럼’을 통해 e스포츠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PROFILE
 
1988년 광운대학교 전자계산학 졸업
1988~99년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 석사
LG LCD 콘텐츠 개발 및 영업 팀장
1999년 한빛소프트 대표이사
2000년~현재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2000년~현재 한국중소벤처기업연합회 수석 부회장
2000년~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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