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 위협 로봇이야기
 
소니사의 영리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의 짝퉁 장난감이 서울 거리에서 몇 만원에 팔려나가고 있는 지금, 로봇은 예전보다 훨씬 친근하게 우리 일상 속으로 다가온다.

스필버그의 ‘A.I’처럼 SF 영화에서 인공지능을 가지고 정체성 혼란에 사로잡힌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로봇이 그만큼 우리 미래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리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세계로봇개발중앙위원회 조직의 한스 모라벡은 2030년경에는 로봇이 원숭이의 지능 정도로 영리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2035년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아이, 로봇’은 최첨단 개인용 로봇 ‘NS-5’의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살해된 사람은 로봇공학의 아버지 알프레드 래닝 박사. 사건을 수사하는 사람은 시카고 경찰국의 델 스프너 형사(윌 스미스 분). 그는 로봇 심리학 박사 수잔 캘빈(브리짓 모나한 분)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조사하는데 결국 예측대로 로봇과 인간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SF 소설의 아버지 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소설에서 제시한 로봇 3원칙은 이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1. 로봇은 인간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 2. 1원칙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1,2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아이, 로봇’은 아시모프 박사의 로봇 3원칙을 어기고 인간을 공격하는 로봇을 등장시킴으로써 냉전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미래사회의 테러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분신인 로봇에서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현실화시킨다. 로봇은 인간과 가장 닮았고 때로는 인간을 대신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봇 자체의 정체성 문제가 제시될 수 있다. 또 로봇의 지능이 높아지고 더 많은 일을 하면 할수록 그것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다.

‘아이, 로봇’을 볼만하게 만드는 것은 뛰어난 특수효과 때문이다. 수많은 로봇들이 인간과 나란히 거리를 걷는 장면이나, 근미래지만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미래사회의 모습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뛰어나게 창조됐다. 또 PPL이지만 시속 402km로 질주하는 아우디의 컨셉트카 RSQ 스포츠 쿠페가 등장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내러티브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는 보기 드물게 우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준 SF 영화 ‘다크 시티’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너무 비주얼한 영상에만 치중해서 이야기 뼈대를 튼튼하게 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 시각적 효과의 뛰어남에 비해 내러티브의 전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비주얼 영상은 반드시 내러티브의 튼튼한 전개와 맞물려야만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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