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뜬 '가족해체' 메시지
공포와 스릴 극대화 불확실한 삶의 뒷모습 그려
 
휴대폰은 지금 우리 시대의 삶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정보화 시대의 삶 자체가 예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혁명적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하나의 삶, 영화 역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제작되는 영화에 휴대폰이 중요한 소재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동시대 관객들에게 삶의 체감도를 높이고 가상의 영역인 영화를 현실에 밀착시키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부스’에서 뉴욕 시내를 활보하는 여피족 콜린 파렐이 늘 들고 다니는 것이 휴대폰이다. 그는 아내가 모르는 비밀 통화를 하기 위해서 길거리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다.

또 일본 영화 ‘기묘한 이야기’를 보면 18세기 사무라이에게 소포가 배달되는데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휴대폰이다. 전혀 엉뚱한 공간 속에 출현한 휴대폰이 재미를 주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하지원을 호러퀸으로 등극시킨 안병기 감독의 ‘폰’은 모든 사건이 휴대폰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 달에 십여 종이 넘는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되는 IT 강국답게 세계에서 최초로 휴대폰을 공포 영화 속에 끌어들인 작품이다. 이렇게 휴대폰이 영화 속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착신아리’, 우리 식으로 풀어 말하자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제목에서부터 이 영화가 휴대폰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다 보면 가끔 낯선 사람에게서 이상한 내용의 음성 메시지가 날라 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면 더구나 메시지를 보낸 날짜가 가까운 미래, 즉 내일이나 모레 혹은 일주일 뒤라면? 그리고 가령 ‘비가 오네’라든가 ‘이런, 깜빡했네’처럼 휴대폰 속에서 들리던 소리와 똑같은 말을 하고 죽어버린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일찍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오디션’에서도 관객의 감정선을 조율하며 공포와 스릴을 극대화시키는 탁월한 연주솜씨를 보여준 바 있다.

미이케 감독은 ‘착신아리’를 통해 가족의 해체와 붕괴라는 주제를 공포 장르 안으로 끌고 오면서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탁월한 기량의 연주를 시작한다.

‘착신아리’ 속에는 눈물겨운 사랑이 담겨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화목하게 사는 경우를 보기는 힘들다. 엄마와 두 딸. 천식에 걸린 언니 미미코는 동생 나나코를 괴롭힌다.

영화의 핵심은 바로 가족간의 상처와 화해에 있다. 그것이 드러나기까지 ‘착신아리’는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다. 물론 자신의 휴대폰으로 미래에서 걸려오는 자신의 전화를 받고서, 그 날짜 그 시간에 죽는 것이다.

자신의 휴대폰이 같은 번호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게 가능한가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이 불확실하고 의문투성이인 삶을 마주 보고 던져서는 안 된다. ‘착신아리’,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당신이라면 그 메시지를 듣고 싶은가?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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