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OST 리듬터치 '오선지의 마술사'
 
내노라 하는 유명 가수들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손무현 교수가 ‘프리프’의 OST를 만들었다. 정통 음악인으로서 게임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한양대 생활음악과 손무현 교수. 그의 이름은 묘하게도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짓는 경계선상에 있다. 온라인게임 ‘프리프’의 OST를 기획하고 직접 총 지휘했지만 20년 동안 음악의 길을 걸어온 외곬의 인생이다.

표면에 직접 나선 적은 많지 않지만 자신의 이름을 단 음반도 냈고 김완선, 장혜진, 박상민, 리아, 윤상 등 많은 인기 가수들의 프로듀서를 담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주요소 습격사건’과 ‘재밌는 영화’, ‘깡패수업’ 등의 OST도 그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노래도 못하고 실력도 없는 요즘의 댄스 가수와는 확연히 다른 중견 뮤지션이 바로 손 교수다.

# ‘프리프’와 보따리 밴드는 천생연분

“‘프리프’의 느낌은 밝고 귀엽고 발랄한 것이었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곡이 따라 간 것 뿐입니다.”

손무현 교수는 이번 OST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게임이 주는 필(Feel)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며 프로듀서의 역할은 했지만 실제 곡은 작곡하고 작사한 친구가 더 잘 안다고 겸손해 했다.

‘프리프’ OST의 곡을 창작한 사람들은 보따리 밴드라는 락 그룹. 손무현 교수는 이들을 소개하며 무척이나 실력있고 가능성이 풍부한 밴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따리 밴드의 특징은 밝고 가볍고 경쾌한 록인데 이 친구들의 색깔이 ‘프리프’와 딱 맞아 떨어졌어요. 그래서 기회를 한번 줘 본 거에요."

현재 ‘프리프’의 곡들은 게임상을 벗어나 음반시장에서도 점차 알려지고 있으며 덩달아 보따리 밴드가 누구냐는 질문이 여기저기 올라 오고 있다. 발표된지 얼마되지 않았고 홍보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반응이 좋아 "낫 배드(Not bad)"라고 손무현 교수는 말했다. 그런데 음악계에서 나름대로 유명인사라면 인사인데 어떻게 해서 게임음악을 맡게 됐을까?

"‘프리프’ 개발사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요. 저희 회사 간판이 이오엔터테인먼트잖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이오리스와도 관련이 있었죠. 그래서 인연의 끈이 맞닿아 이런 결과를 가져 온 거죠. 게임의 OST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보겠다는 말이 제작사에서 나왔고 거기에 제가 참여한 거에요."

# 기회만 있다면 다른 게임 음악도 하고 파

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손무현 교수는 앞으로 이와 같은 프로젝트 음반을 계속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리프’ OST는 문화가치상품의 하나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게임 음악도 물론 만들어 보고 싶고요. 음악은 이제 모든 곳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곡도 일반 가요처럼 히트하는 시대가 왔어요. 뮤지션들도 하나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여러 방면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그게 시대의 흐름입니다."

손무현 교수와의 인터뷰는 가볍게 시작해 진지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나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말할 때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음악 얘기부터는 너무나 진지해져 ‘역시 다르다’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손 교수는 진정한 음악가이자 예술인이었으며 다른 문화를 포용할 줄 아는 넓은 가슴을 갖고 있었다. 그가 만드는 게임음악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손무현 교수와 보따리 밴드의 인연
프리프 OST 작사·작곡, 노래도 직접 불러
 
손무현 교수가 보따리 밴드를 처음 만난 곳은 세종가요제였다. 당시 손 교수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고 보따리 밴드는 꿈 많은 아마추어 록 그룹의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 입상했고 손 교수는 이 밴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여러가지 검증 끝에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이오엔터테인먼트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주선했는데 그는 보따리 밴드에 대해 "록이라는 장르는 무척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친구들(보따리 밴드)의 경쾌한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그룹은 실력이나 음악성보다도 팀웍이 가장 중요한데 이 점에서 보따리 밴드가 후한 점수를 땄다"고 덧붙였다.

보따리 밴드가 ‘프리프’의 모든 음악을 작사작곡 하고 노래까지 직접 불렀지만 최종 마무리는 손 교수의 몫이었다. 곡 하나하나의 밸런스를 맞추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으며 어떤 악기를 어느 부분에 사용할지를 최종 판단했다. 그래서 ‘프리프’의 OST가 성공하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도 바로 손 교수일 것이다.

보따리 밴드는 멤버들이 대학 시절부터 홍대앞 라이브 카페 등에서 실력을 쌓았고 졸업해서도 음악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고집쟁이들. 특히 드럼을 치는 정희주씨는 게임 마니아로 ‘리니지’와 ‘리니지 2’, ‘프리스톤 테일’ 등 온라인 게임을 즐겨 하고 있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클로즈 베타 테스터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김성진기자(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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