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한 열정과 완벽한 논리 '게임코리아' 재목 다듬는 조련사로'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3대 발명품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사람, 그리고 이 불후의 명작을 더욱 발전시켜 세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연을 하고 다니는 사람, 그는 게임개발자도 게임업체 사장도 아닌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를 만나 5분만 이야기 해 보면 그의 정연한 논리와 뜨거운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위 교수가 게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도 아니고 타의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그 스스로 온라인게임이 무엇인가 궁금증을 갖게 됐고 연구해 가는 과정에서 그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 일본에 까지 들려온 한국 온라인 게임의 소문

위 교수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위력(?)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은 일본에서 공부를 할 때였다. 위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일본 문부성의 장학금을 받으며 동경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95년부터 2003년2월까지 장장 9년 동안을 일본에서 공부에 메달렸다.

“공부를 시작하면 그곳에서 떠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국에 오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말에 한국에서 PC방이란 게 생겨 엄청나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어요. 그리고 온라인게임이란 것이 있는데 일본에서 유행하는 콘솔게임과 다르지만 그것 역시 한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위 교수는 학자로서 궁금증을 갖게 됐다. 그는 한국에서는 일어나는 일들이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PC방과 온라인게임의 붐은 식을 줄 모르고 더욱 확대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잠시 귀국했을 때 PC방을 찾아가 봤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이 어떤 것인가도 알아봤다.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보면서 ‘이건 게임도 아니다’라고 무시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픽이 어설픈 온라인 게임은 애들 장난처럼 비춰졌을 것이지요”

그런데 위교수는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대단한 것을 발견한다. 바로 ‘커뮤니티’였다. 위교수는 “게임은 게임성과 커뮤니티라는 두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며 일본의 게임들이 그래픽과 음향 등으로 화려한 게임을 구현했다면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커뮤니티의 진정한 묘미를 살려냈다는 것이다.

위 교수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것이야 말로 한국이 발명한 3대 발명품 중의 하나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가 말하는 3대 발명품은 금속활자와 거북선, 그리고 온라인 게임이다.

그리고 그는 당시 일본 게임업체들의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무릎을 쳤다.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일본인들도 모르고 있는 온라인게임을 한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 천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

위 교수는 바로 지금이 한국이 세계 게임시장을 재패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게임 관계자들이 아직 온라인게임에 대한 개념을 잡지 못해 말성이고 있을 때 한국 게임업계는 그들이 넘볼 수 없는 자리까지 빨리 달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교수가 이런 생각을 정립한 것이 2001년 무렵이었다. 이 때부터 위교수는 온라인게임의 형성과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PC방이 이 과정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PC방은 일종의 군대같은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총도 쏴보고 구보도 하고 강력한 경험을 하게되지요. PC방은 바로 한국인들에게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위 교수의 눈은 더욱 뜨거운 빛을 발했다. 한국 게임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이 눈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게임업계 중견 사원들을 대상으로 ‘전략·마케팅 게임학교’를 개설한 것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학습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에 글로벌한 일본과 서구 업체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한국 게임의 미래를 짊어질 중견 사원들을 교육시키로 한 것이지요”

위 교수의 게임 학교는 이제 2기생을 교육하고 있지만 벌써 게임업계에 악명(?)이 자자하다. 첫날 결석하거나 토요일 장장 12시간 동안 진행되는 교육에 빠지면 바로 제적을 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이니다. 매 주 과제를 줘 그 과제를 갖고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멋 모르고 교육에 참여했다가 피눈물을 흘리며 졸업장을 딴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중도에 스스로 탈락하거나 제적을 당한 학생들도 꽤 있다.

“한국 게임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을 기획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핵심 분야에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를 일입니다. 과거 게임왕국이라 불리웠던 일본은 지금 엄청난 고통 속에서 구조조정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중앙대 앞에서 만난 위교수는 간편한 티셔츠에 등에는 베낭을 메고 있었다. 넥타이 메는 것을 싫어한다는 위교수. 그는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 하는 실속파인 것 같다. 그래서 게임업계와 정부 등에도 메서운 질책을 거리끼지 않는다.

위 교수 같은 열정과 논리를 갖춘 학자가 있다는 것이 우리 게임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 준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져 왔다.
 
PROFILE
 
1983년 광주 대동고 졸업

198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98년 동경대 대학원 경제연구과 석사

2001년­-2003년 동경대 경제학부 연구교수

2002년 동경대 대학원 경제연구과 박사

2003년­-현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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