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는 PC방이 늘고 있다
 
게임강국 코리아의 인프라를 지탱해주고 있는 PC방이 고사 직전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PC방은 여전히 포화상태인데도 불황으로 손님은 줄어들면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이지고 있는데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유료 온라인 게임이 늘어나면서 지출도 덩달아 불어나 인건비조차도 건지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더욱 문제는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할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시간당 1000원도 제대로 못 받는 곳이 많습니다. 700~800원, 심지어는 600원짜리 PC방도 등장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PC방이 몰려있다는 신림9동, 속칭 ‘고시촌’의 PC방 업주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물가는 계속 올라 지출은 늘어나는데 올라도 아쉬울 PC방 이용요금은 밑도 끝도 없이 몇년째 떨어지고 있는데도 멋모르고 이곳에서 PC방을 개업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 보유대수가 100대 가까이 되고 시설이 좋은 일부 대형 PC방은 계속 가격을 치고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이용요금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여려운 상황이다.

오후 2시께 신림동 고시촌. 다른 곳은 늦은 더위로 한산한 반면 이곳 골목골목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며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막상 어느 PC방이던 문을 열고 들어서 보면 상황은 이와는 180도 달라진다. 가격인하나 새 단장을 알리는 현수막이 군데군데 눈에 뛰는데 PC방간 치열한 경쟁을 웅변하는 듯 하다.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판단, 문을 여는 외지인들이 많죠. 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한달이면 몇 곳씩 문을 닫습니다. 정작 이곳의 PC방 사장들은 대부분 ‘눈먼 사업주를 만나 투자비나 건지고 나가자’는 심정일 겁니다.”

고시촌 녹두거리에 자리잡은 웹투나이트PC방의 A사장에 따르면 65~67개 정도이던 신림9동 소재 PC방의 수가 올해에는 80개를 넘어섰다. 그가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이 동네가 2004년말까지 한시적으로 학교 정화구역 적용을 유예 받았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정화구역내 PC방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경쟁이 완화되고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점이다.

“신림 9동이 다른 곳보다 경기를 덜 타는 편이지만 PC방은 너무 많아 어렵습니다. 고시촌 길 건너편에는 600원짜리 PC방까지 등장했지만 여력이 없어 이에 맞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웹투나이트PC방 맞은 편에 자리잡은 클랜PC방의 B사장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라고 말한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는 그는 막상 들어와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 말했다.

“한달 사이에 이 동네에 개업한 PC방만 5곳이나 됩니다. 조금 더 있으면 아마 이용요금이 시간당 500원까지 떨어질 겁니다. 게다가 그동안 패키지로 팔던 게임까지 유료화한다니 그저 기막힐 노릇이죠.”

녹두거리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위치한 쿨PC방의 사장 C씨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PC방은 6~12개월마다 한번씩 리모델링을 해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리모델링에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는 패키지 시장이 죽고 온라인 게임만 남은 상황에서 게임업체들은 온라인화를 통한 유료화가 아니면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유료화 문제는 더욱 PC방 업주들을 옥죌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그의 판단대로 최근 밸브는 스팀서비스를 도입해 ‘카운터 스트라이크(카스)’ 유료화에 나섰고 대형 게임업체인 블리자드 마저도 불법복제 때문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내놓으면서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PC방 업주들이 우려하는 것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5월 한때 반짝하는 가 싶더니 통 여름 성수기의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몇 곳 문 닫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PC클랜 PC방의 B씨는 경쟁이 치열해 신림9동의 PC방은 전국 최고 사양의 PC를 갖추고 음료수와 커피 무료 제공은 기본이고 리필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매출을 늘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이곳 PC방 업주들 사이에는 PC방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실제 이곳 PC방 업주들중 상당수는 PC방 이외에 투잡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PC방이 불법 복제 유도를 한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쿨PC방만 해도 한달 CD키 구입비만 30만원 넘게 쓰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온라인게임 비용이 50대 기준으로 한달에 100만원 이상 나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PC방 업주들이 바라는 것은 게임업체들이 과금을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PC방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해달라는 것이다.

PC방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용자에게 게임 이용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카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조차도 중단된 상태다.

한 PC방 업주는 앞으로 경쟁은 이용 요금으로 하지 말고 빠른 시스템, 쾌적한 환경, 서비스로 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밝혔다. 이는 이곳 PC방 업주들 대부분이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바램이 당분간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게임코리아 주역 'PC방'의 현주소
전국에 2만4천곳... 요금 하락으로 '고전'
 
PC방은 게임강국 코리아를 가능토록 한 주역.

전국에 퍼져있는 PC방의 초고속 통신망이 MMORPG와 같이 수 많은 유저가 이용하는 온라인게임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줬다. 실제 80MB가 넘어가는 팡야 게임 파일을 PC방에서 받아본 결과, 대부분의 PC방에서 수분 이내에 받을 수 있었고 일부 PC방의 경우는 불과 1분여만에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PC방 수는 2만 4000여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C방 업계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PC방 수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각각 전년대비 42%, 10%씩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전년대비 7% 감소한 2만1000여개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를 타면서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이용 요금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수년전 1500~2000원이던 이용 요금이 전반적인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1000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물론 영등포와 같은 일부 핵심 상권에서는 아직도 1500원선이 유지되고 있으나 신림동과 같이 학생들이나 젊은층이 주로 몰리는 곳은 대부분 1000원선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황도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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