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게임 '공포의 고드름'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아무리 무서워도 게임일 뿐 아니냐"고.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현대의 게임 기술은 유저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를 선사하기에 충분한 수준까지 왔다.

호러게임은 게임이 아니며 TV 브라운관에서 서서히 기어 나오는 혼령의 일부다. 유저들이여, 앞으로 소개할 게임들을 플레이하기 전에는 필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청심환을 준비하기 바란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역시 호러가 제격이다. 매년 여름철에는 더위를 잊기 위해 각종 문화 콘텐츠들이 호러에 입을 맞춘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름마다 호러영화가 개봉돼 관객들의 발길을 모았었다. 호러영화가 시들해진 반면 호러게임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이번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여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사실 호러게임의 역사는 매우 길다.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D의 식탁’을 비롯해 ‘다크 시드’, ‘엘비라’ 등 고전게임부터 최근에는 ‘클라이브 바커의 언다잉’, ‘페인 킬러’, ‘잭 더 리퍼’ 등 다양한 게임 장르에서 호러게임이 등장했다. 곧 출시될 ‘이브 버스트 에러 플러스’도 호러가 아닌 추리 어드벤처 장르지만 캐릭터간의 대화와 고정된 2D 화면으로도 더위를 씻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여름철 무더운 밤 화장실도 못 가게 할 진정한 호러게임은 따로 있다. ‘영 제로: 붉은 나비’와 ‘구원’, ‘사일런트 힐 4’, ‘바이오 하자드 4’ 등은 ‘좀 으스스’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무서워 비디오 게임기를 꺼버렸다’고 할 정도의 작품이다. 특히 ‘영 제로: 붉은 나비’와 ‘구원’은 동양적 정서에 맞는 귀신, 영혼, 심령 등이 게임의 주 내용인지라 식은 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흐르는 것도 모를 정도다.
 
붉은 나비
 
 ‘영 제로: 붉은 나비’는 국내에 2002년 8월 출시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영 제로’의 속편이다.

 ‘영 제로’는 일본과 미국에서도 인기를 모았는데 호러 어드벤처 중에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설정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주로 가슴 큰 8등신 미녀 캐릭터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테크모에서 의외의 호러게임을 만들어 관심을 모은 점도 있지만 게임 자체가 매우 훌륭했다.

이 게임은 특별한 무기없이 제령의 힘을 가지고 있는 카메라(사영기)를 이용해 귀신의 사진을 찍어 제압하는 게임 시스템이 포인트다.

 대부분의 호러게임들이 쇠파이프나 칼, 총 등의 무기를 가지고 진행됐던 것에 비교해 카메라로 귀신과 대결하는 구도가 신선했다. 또한 ‘듀얼 쇼크 2’ 게임 패드의 진동 기능을 적극 이용해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혼령이 유저에게 가까이 올수록 심장박동처럼 두근거려 공포를 배가시켰다.

너무 무서워 게임 도중 자신도 모르게 PS2를 꺼버렸다는 어느 유저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이번 속편도 1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인공이 영력을 지닌 쌍둥이 자매로 달라졌다.

‘영 제로: 붉은 나비’의 이야기는 미오와 마유 쌍둥이 자매가 추억의 장소에 찾아 왔다가 길을 잃고 묘한 기운이 감도는 미나카미 마을에 발을 들어 놓으면서 시작된다.

언니인 마유는 미나카미 마을의 의식에 따라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언니를 구하기 위해 동생 미오는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그리고 제물을 찾아 헤매던 미나카미 마을의 원령들은 쌍둥이 자매의 힘을 느끼고 서서히 일어나는데….

SCEK는 한국 유저들을 위해 ‘영제로: 붉은 나비’ 원본에 없는 4명의 한국 귀신을 추가해 일본버전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구원
 
최강의 호러게임이라는 평을 들었던 ‘구원’은 일단 케이스 표지부터 한수 먹고 들어간다.

 목이 꺾어진 한 여자가 등을 대고 드러누워 유저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어, 표지부터 범상치 않는 기운이 느껴진다. ‘구원’은 메카닉 액션의 대표 타이틀 ‘아머드 코어’를 만든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우리나라의 무당과 유사한 존재인 일본의 ‘음양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주인공과 기본 무기가 달라지는데 주로 부채와 칼, 창이 사용되며 보조로 주술을 부릴 수 있는 부적이 있다.

부적은 파이어 볼이나 다른 혼령을 소환해 귀신들과 대적할 때 사용하는데 이 게임은 ‘영 제로: 붉은 나비’보다 액션이 더 강하다. 하지만 유저의 심장을 죄는 공포는 여타 다른 호러게임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다.

‘구원’은 일본 헤이안 시대가 배경이다. 밤이면 밤마다 들리는 불길한 북소리와 어린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이상한 저택이 있다. 그 저택에 한번 발을 들여 논 자는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희대의 음양사 아시야 도만가 나서게 된다.

 스승인 도만의 명을 받아 저택으로 향하는 사쿠야와 제자들은 그 저택에서 묘령의 소녀 우츠키를 만나는데…. 이 게임의 공포 시스템은 4가지가 있다. 요괴들이 내뿜는 요기에서 생기는 ‘흉풍’과 ‘들여다 보기’, ‘아이들의 노랫소리’ 등이다.

게임에서 흉풍은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나타내는 것으로 귀신이 다가온다는 일종의 경고로 작용한다. 들여다 보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을 괜히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라게 된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청각을 예민하게 만들어 유저에게 알 수 없는 공포를 유발한다. 호러게임 중에서도 정상의 공포를 체험케한다는 ‘구원’. 100% 한글화되어 6월말 유저들의 손길을 맞이할 예정이다.
 
바이오하자드4
 
 호러게임이라면 '바이오하자드 4'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북미지역에서는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발매돼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완전히 같은 게임이다.

이 게임의 시리즈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은 시리즈 중에서도 궁극의 그래픽을 자랑한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게임큐브에서만 제작되는 불운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스펙이 더욱 뛰어난 PS2나 X박스도 따라오기 힘든 그래픽을 구현해 유저과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번 시리즈는 라쿤 시티 사태가 발생한지 6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레온은 대통령의 딸을 구하기 위해 이름모를 한 마을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 마을 주민들은 모두 이상한 형태로 변해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딸은 어디에 있으며 이 마을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이오하자드4'는 기존 시리즈에서 꾸준히 사용됐던 고정된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변형된 1인칭 시점으로 전환했다. 이 1인칭 시점은 FPS처럼 유저의 눈이 바로 모니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등 뒤에서 바라보는 어정쩡한 시선으로 처리해 유저가 게임 화면을 보기만 해도 심리적 불편함을 준다.

또한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약점과 급소를 공격해야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도록 변경됐으며 최상의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수정중이다. 게임의 배경은 황폐한 농가와 오두막, 곤충들이 서식하는 늪지대, 키 큰 잡초들이 무성한 숲 등으로 짜여지며 모두 3D로 모델링됐다.

나무에 붙은 모든 잎은 살아있어 바람이 불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고요한 웅덩이나 호수에 물결이 일어나면 그 리얼한 흐름이 현실처럼 발생한다. 캐릭터 또한 역대 최고의 디테일을 선보여 주인공이나 마을 사람, 보스 등 인물의 피부 잡티까지도 명확하게 보이는 수준이다. 머리카락이 바람이나 움직임에 따라 리얼하게 움직이는 것은 이제 기본.

 이 게임은 심리적 공포보다 전통적으로 선혈과 피가 난무하는 특징이 있어 마을 사람의 머리를 쏘게 되면 뇌조각과 뼈, 고깃덩이가 흩날리고 반동에 따라 순간적으로 피구름이 발생한다. 피가 흐르는 것도 단순한 범벅 수준이 아니라 혈액이 순환하는 것처럼 모든 방향에서 분출하는 등 극상의 그래픽이 구현됐다.
 
사일런트 힐4 : 더 룸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조금 독특하다. 현실과 이면의 세계를 다룬 이 게임은 총 3편이 발매돼 많은 인기를 모았고 최신작 ‘사일런트 힐 4’가 곧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될 예정이다.

 개발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호러게임으로서 근본적인 공포"를 추구하고 있다. 그 공포란, ‘쫓긴다’, ‘갇힌다’, ‘도망칠 곳이 없다’ 등 두려움의 심리를 게임에 삽입해 유저들에게 직접 체험케 한다는 것.

특히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방’이 공포의 대상이다.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이지만 언제든지 공포의 장소로 변할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이면세계와 접목시켰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기분나쁜 사운드에 고통스럽다는 평이 많다. 이 게임의 시각적인 효과도 훌륭하지만 진정한 호러와 공포는 소리에서 흘러 나온다는 사실에 가장 근접한 게임이 바로 ‘사일런트 힐 4’인 것이다.
 
김성진기자(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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