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인형 수집 어른들 사이 '인기'... 동호회 100개 넘어
 
“어른이 웬 인형놀이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관련 동호회가 100개에 달할 정도이고 동호인들도 학생보다 어른들이 더 많아요.”

초등학교 교사인 김수연(34)씨는 7살 짜리 딸의 엄마이면서 동시에 120여개 모형인형의 엄마이기도 하다. 김씨가 모은 인형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주인공 등의 캐릭터를 그대로 축소해 만든 모형 인형들이다. 관절이 움직이는 특성을 갖고 있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액션 피규어’라고 불린다.

“희귀한 피규어를 소장한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에요. 동호회 사이트 경매를 통해 10만원 넘게 팔리는 피규어도 있죠. 그것도 운이 좋아야 낙찰 받을 수 있다니까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형 모으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가 100개를 넘어섰고, 전문쇼핑몰도 10여개에 달한다. 희귀 인형이 인터넷 경매에 부쳐지면 입찰자가 100명을 넘는 건 예사다. 희귀 인형을 소개한 글이 올라오면 조회건 수가 2000회가 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예 모형 인형의 전투를 소재로 한 게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특히 20∼30대의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인형하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도 무너지고 있다.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건담’ ‘마징가Z’ ‘태권V’ 등 로봇 피규어가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다면 고급소재로 다시 태어난 ‘마론 인형’은 성인 여성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실제 온라인게임 ‘포트리스’ 개발사로 잘 알려진 CCR에는 모형 인형(피규어)을 수집하는 개발자가 20여명에 달한다. 엔씨소프트, 넥슨, 손노리 등 주요 게임업체 사무실 책상 곳곳에는 모형 인형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풍경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모형 인형을 보고 있으면 마징가Z, 아톰처럼 어릴적 추억이 담긴 캐릭터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자 하는 욕심이 나요. 대량 생산이 아니라 100∼200개씩 한정생산된 인형을 수집해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소유욕도 많이 작용하고요.”

모형 인형 수집 마니아로 통하는 CCR RF온라인 기획팀 황선용 씨는 어른이 인형을 모으는 이유에 대해 “어릴 적 아련한 꿈을 다시 떠올려주는 재미”라고 말했다.

모형 인형은 보통 1개에 4∼5만원 정도다. 고급 재질로 제작되거나 한정판으로 나온 제품은 수십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피규어(www.ifigure.co.kr)’ 등 모형 인형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인형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요령이 심심찮게 올라오기도 한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박찬(35)씨는 “주물 방식이 아닌 손으로 제작되는 고가의 모형 인형을 충동구매해 부부싸움을 한 적도 몇 번 있다”며 “보통 인형 수집에 입문하면 충동구매가 비일비재하지만 나중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한 뒤에 구매하는 신중론자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같은 모형 인형 수집 열기는 게임업체의 마케팅 기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뮤’ ‘라그나로크’ ‘트라비아’ 등 인기 온라인게임 캐릭터가 액션피규어로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모형 인형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온라인게임 ‘배틀 피규어’가 개발되기도 했다.

‘배틀 피규어’를 개발한 하이윈 허종도 사장은 “직접 모형 인형을 제작하는 마니아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로 변장하는 코스튬플레이 전시회에는 1만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각종 모형 인형을 사고 파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모형 인형 종류 어떤 게 있나?
재질·관절 움직임 따라 이름 달라
 
모형 인형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재질이나 관절의 움직임 여부, 생김새 등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피규어=순수 창작품도 있지만, 주로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나 가수·배우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관절이 있어 간단한 자세 바꾸기가 가능하다.

▲가샤폰=피규어보다 작은 캐릭터를 여러 개 묶어 하나의 세트로 만든다. 대개 어떤 주제가 담긴 장면을 나타낸다. 통상 관절이 없는 고정식이다.

▲블라이스=얼굴과 눈이 유난히 크다. 눈동자 색을 파랑·초록·분홍으로 바꿀 수 있다.

▲비스크=한마디로 점토 등을 구워서 만든 도자기 인형이다. 전통적 형태는 볼이 통통하고 팔·다리가 짧고 허리는 긴 편이다. 최근에는 관절을 넣어 구체관절인형과 헷갈리기도 한다.

▲모모코=언뜻 보기에 서양의 바비인형을 닮았다. 금발 미녀인 바비와 달리 외모가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프라모델=로봇·비행기·항공모함·탱크 같은 조립식 모형 장난감을 가리킨다. 대표는 건담 로봇. ‘인형’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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