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인재경영
'피장 신화' 이뤘다
 
쪽빛 티셔츠에 맨발의 슬리퍼.
엊그제 만난 듯한 그가 악수를 건넸다. 멋적은 웃음도 그대로였다.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32). 그는 자꾸 ‘맨발의 청춘’이란 영화 이름을 떠올리게 했다.
최근 두차례의 만남에서 모두 맨발 차림으로 나타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말투 때문일까.

꺼리낌없는 젊은 CEO에게선 ‘맨발의 청춘’과 오버랩되는 두둑한 배짱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네오위즈가 만든 세상보다 개척해야 할 세상이 더 많아요. 그래서 우리의 슬로건은 예나 지금이나 파이오니어 정신이죠.” 매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는 그는 요즘은 ‘게임 퍼블리싱’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올인’했다며 강한 투지를 내비쳤다.

# 재미있는 회사, 재미있는 CEO

“좀 밝은 색 옷을 입어야 하는데…. 얼굴도 까무잡잡한데 어두운 옷을 입으면 사진발이 영 안 받더라구요.”

인터뷰에 앞서 사진부터 찍자고 하자 박 사장은 “이럴줄 알았으면 꽃단장을 하고 오는 건데”라며 농담부터 건넸다. 네오위즈 로고가 선명한 사무실 입구에서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지나가던 직원들이 재미있다는 듯 한마디씩 거들었다.

“사장님 웃으세요.” “포즈가 영 아니다.” “턱을 좀 당기세요.” 신이 난 박 사장이 다소 우스광스러운 포즈와 표정으로 화답하자 한바탕 웃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연매출 1200억원대, 직원 380여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에서 벌어지는 풍경 치고는 너무 자유분방한 것 아닌가는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회사는 재미있어야 해요.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 재미있게 놀다가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놀아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마구 쏟아지니까요.”

평소 ‘펀(Fun) 경영’을 강조해온 박 사장은 직원들과 꺼리낌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 CEO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네오위즈에서는 영화관이나 맥주집을 통째로 빌려 신나게 노는 사내 이벤트가 심심찮게 열린다. 또 팀간 협력을 위해 영화를 보고 맥주를 한잔하는 ’씨네비어데이’를 신청하면 회사에서 비용을 100% 지원한다. 사내 동호회도 20여개를 헤아릴 정도다.

# 네오위즌이 가장 큰 자산

“무엇보다 사람입니다. 인재를 알아보고 그 인재가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 펀 경영도 따지고 보면 인재들의 무한한 역량을 끄집어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죠.”

박 사장은 ‘인재 제조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열정과 끼가 넘치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가 하면 선의의 경쟁을 끊임없이 유발해 이들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만들어 놓는다.

박 사장의 사람 욕심은 300명이 넘는 직원들 이름을 줄줄이 외고 있는 점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솔직히 이젠 한 20명의 이름은 잘 모릅니다. 직원수가 380명을 넘어가면서 이름과 얼굴이 매칭이 안되기 시작했어요. 많을 땐 일주일에 10명 가까이 신입 사원이 입사할 정도니까요.”

그는 ‘세이클럽’이 쟁쟁한 인터넷업체의 공세에도 최고의 커뮤니티 사이트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나 게임포털 ‘피망’이 불과 6개월만에 ‘빅3’ 대열에 오른 것도 우수한 인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잘라 말했다.

네오위즈는 이 때문에 △강한 열정과 △강한 성장욕구 △살아있는 생각 △성과 중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인재 등 다섯가지를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정의해 놓기도 했다.

# 새로운 도전 ‘게임 퍼블리싱’

지난 2001년 초 CEO에 오른 박 사장은 3년3개월 동안 굵직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원클릭’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 ‘세이클럽’ 부분 유료화로 네오위즈의 견고한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 또 2년여의 세심한 준비 끝에 게임포털 ‘피망’을 단번에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올 상반기 ‘싸이월드’ 아성을 겨냥한 ‘홈피2.0’을 출시하며 미니홈피에서도 네오위즈의 저력을 과시 중이다. ‘홈피2.0’ 이용자는 벌써 4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상반기의 화두가 ‘홈피2.0’이었다면 하반기는 ‘게임 퍼블리싱’입니다.”

박 사장은 네오위즈의 게임사업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 ‘2단계’에 진입한다고 강조했다. ‘요구르팅’ ‘팀레볼루션’ ‘스페셜포스’ 등 8종의 온라인게임이 ‘피망’을 통해 잇따라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맞고’로 대변되는 보드게임 서비스에 집중해온 비즈니스와는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거에요. 한게임, 넷마블 등은 이미 퍼블리싱에 대한 경험이 있지만 ‘피망’으로서는 처음하는 비즈니스라 무척 떨리고 설레기도 해요. 하지만 승부는 결국 게임의 질에서 갈릴 거에요.”

퍼블리싱 사업도 일단 좋은 게임 개발이 우선이라는 그는 게임 수는 적어도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만 서비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올 하반기 ‘피망’을 통해 서비스될 게임은 MMORPG(요구르팅), 1인칭슈팅(스페셜포스), 악시온(로봇액션), 아쿠아볼(캐주얼) 등 하나같이 다른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 영원한 모토, 파이오니어

“네오위즈의 색깔은 달라요. 인터넷으로 여가시간을 보내는 타임스펜딩(time-spending) 비즈니스의 전형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이 영역은 우리가 먼저 개척하고 대중화시킬 거에요.”

박 사장은 다른 인터넷업체들이 검색이나 메일 등 시간을 절약해주는 타임세이빙(time-saving) 비즈니스에 집중할 때 네오위즈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이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고집을 지켜왔다는 것. ‘개척자(pioneer)’라는 모토가 회사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비즈니스도 비슷해요. 선두 업체들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앞다퉈 벌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국내에 역량을 집중할 거에요. 아직 국내 시장에도 개척할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박 사장은 분위기에 휩쓸려 부화뇌동하지 않고 네오위즈의 색깔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개척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한다는 그는 ‘채팅’ ‘게임’에 이어 ‘음악’도 타임스펜딩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음악이나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봐요. 네오위즈가 ‘피망’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2년간 치밀하게 준비했듯, 이들도 마찬가질 거에요. 분명한 것은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이에요.”

‘펀 경영’ ‘인재론’ 등 네오위즈의 정체성을 확립해온 그는 조만간 네오위즈의 모토도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네오위즈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슬로건이 될 거에요. 아마 ‘파이오니어’가 아닐까요.”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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